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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서 만난 언니가 등쳤다…수십억 '번호계' 계주 잠적

뉴스1

입력 2020.08.05 11:39

수정 2020.08.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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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뉴스1) 김명규 기자 = 경남 김해에서 여러명이 돈을 모아 순번대로 받는 이른바 '번호계'를 수년 간 운영해 온 계주가 곗돈 15억 원을 챙겨 달아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김해중부경찰서는 "계주가 곗돈을 들고 사라졌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지난 3일과 4일 잇따라 접수돼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5일 밝혔다.

피해를 호소하는 계원들에 따르면 김해 삼계동에 거주하는 일명 '번호계'의 계주 A씨(61·여)가 지난 1일부터 휴대전화 전원을 꺼 놓고 잠적했다.

번호계는 여러명의 계원이 돈을 모아 순번대로 곗돈을 찾아가는데 사정이 급한 사람일수록 앞 순번을 얻어 모인 곗돈을 빨리 가져갈 수 있다. 대신 곗돈을 찾은 다음부턴 내야 할 곗돈에다 이자를 얹어 계에 참여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늦은 순번을 얻은 사람일 수록 더 많은 이자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A씨가 운영하는 '번호계'에 참여하고 있는 계원은 26명으로 이들은 모두 김해 삼계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이들은 이 동네의 한 목욕탕에서 A씨를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으며 길게는 3년 전, 짧게는 지난해부터 곗돈을 매달 A씨의 계좌로 입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많게는 4억 원, 적게는 1000만 원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계원 전원의 피해금은 15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계원 중 10여 명은 지난달 31일에 곗돈을 돌려받기로 A씨와 약속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A씨가 지난 1일부터 고의적으로 잠적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계원들은 현재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피해 상황을 공유한 뒤 A씨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

계원 B씨는 "목욕탕에서 처음 만나 8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었고 3년 전부터 A씨의 제안으로 번호계에 참여해 매달 100만 원씩 입금했다"며 "오래 알고 지냈고 곗돈을 탄 적도 있어서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계원 C씨는 "곗돈을 받는 날이 지난 4월이었는데 A씨가 7월에 주겠다고해서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내년에 시집을 가는 딸의 혼수비용으로 사용하려고 돈을 모아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계주와 연락이 안 돼 막막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신고를 받은 김해중부서는 5일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관계자는 "같은 내용으로 여러건의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라며 "현재 피해자들을 불러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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