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국에 고소당한 국대떡볶이' 오너리스크가 두려운 점주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9 16:34

수정 2020.08.09 16:34

국대떡볶이·아오리라멘·미스터피자 등 오너리스크 사례 多
점주 "대표 일탈로 인한 매출 감소…보상 대책은 없어"
국대떡볶이 간판
국대떡볶이 간판

#. 서울 모처에서 '국대떡볶이' 가맹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일베 떡볶이'라는 조롱을 들었다. 프랜차이즈 대표가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자, 이를 비난하는 전화도 쏟아졌다. 이미지 손상은 매출 악화로 이어졌다. 올해 매출액은 60%나 감소했다. A씨는 결국 가게까지 내놓았다.
그는 "대표의 무책임한 행동에 가맹점주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 대표의 일탈로 인한 이미지 훼손, 이른바 '오너 리스크'로 피해를 입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대표의 일탈과 점주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데도 프랜차이즈의 이미지가 손상돼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대표 입장과 달라도 '일베 떡볶이' 취급
최근 국대떡볶이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본사를 향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의 정치적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매출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중국 공산당의 돈과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지난해 9월24일 페이스북에 적었다. 조 전 장관은 이를 근거로 김 대표를 지난 3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의 한 국대떡볶이 매장은 이날 분주해야 할 점심시간인데도 텅 비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와 김 대표 논란이 겹쳐 손님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해당 점주에 따르면 젊은층이 많은 상권일수록 타격은 크다. 진보성향을 가진 젊은층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이목을 끌던 초기에는 노이즈 마케팅 효과로 매출이 오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현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부 지지자들의 응원성 주문은 일회성으로 그쳤고, 이미지 악화로 인한 매출 감소는 오랫동안 지속됐다.

서울 한 번화가에서 국대떡볶이 지점을 운영하는 B씨는 "동의하지도 않는 대표의 발언으로 매출까지 감소하니 당혹스럽다"라며 "조 전 장관의 고소로 다시 논란이 된 3일부터 하루에도 수차례씩 욕설 섞인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에 대한 불만과 매출 악화로 가게까지 내놓은 사례도 있었다. 점주 A씨는 "내가 국대와 계약했을 당시는 김 대표가 대표직에 있지도 않을 때였다"라며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고,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계약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사측도 매출 보고를 받고 있으니 상황이 안 좋은 것을 알 텐데 보상은 없더라"라고 덧붙였다.

국대떡볶이 본사 측 입장은 현장 분위기와는 달랐다. 국대떡볶이 관계자는 "대표의 개인 SNS 계정에 올라온 사안이기 때문에 사측 입장은 없다"라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논란 이후에 노이즈 마케팅 효과로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점주들이 매출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기준점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매출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도 있지 않았나. 대표의 논란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입증할 자료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너리스크' 소송해도 보상받기 어려워
오너리스크로 점주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국대떡볶이만이 아니다. 빅뱅 전 멤버 승리가 대표로 있던 아오리에프앤비는 지난 3월 '버닝썬 사태' 이후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파산 절차를 밟았다. 국내 프랜차이즈 '미스터피자'도 본사인 MP그룹 정우현 전 회장의 가맹점 갑질 사태가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면서 지난 7월 매각됐다.

'아오리라멘'의 전국 가맹점 15곳 점주 26명은 지난해 7월 승리와 회사 인수자를 상대로 약 15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해배상 소송을 통한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오너리스크 방지법'은 대표의 일탈로 손해를 입었을 때 본사의 배상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손해액을 산정할 기준이 없다. 또 대표의 일탈 행위로 가맹점의 매출이 감소했는지 아니면 다른 영향을 받았는지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와 관련,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오너리스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적시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대리점 사업 단체 결성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리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에는 가맹사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등 가맹사업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의 금지를 추가하고, 손해배상 책임에 가맹본부 및 가맹본부 임직원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가맹사업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에게 전가되어 왔다"며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을 통과시켜 점주들이 억울한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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