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중 대표매체 빈과일보 1면에 '계속 싸워야 한다'
- 시민, 빈과일보 모기업 주식 매입으로 투쟁 참여
- 中 관영 매체 "홍콩 보안법 이빨 있는 호랑이 선언한 것"
- 시민, 빈과일보 모기업 주식 매입으로 투쟁 참여
- 中 관영 매체 "홍콩 보안법 이빨 있는 호랑이 선언한 것"
【베이징=정지우 특파원】홍콩 상황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홍콩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범민주진영 인사들을 잇따라 체포하자, 반중국 매체와 시민들은 지속 투쟁을 예고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한 목소리로 중국과 홍콩 경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대표적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일가에 이어 우산혁명의 주역 아그네스 차우 등 3명을 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로 잇따라 체포했다. 이로써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힌 인사는 확인된 것만 최소 10명으로 늘었다.
차우는 2014년 벌어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전면에 나섰던 활동가 중 한명으로 홍콩 보안법과 관련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경찰은 지난 6일 발부된 수색영장을 바탕으로 그의 주거지에 들이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차우와 함께 현재는 해산된 학생 활동가 그룹 학민사조의 전 멤버 윌슨 리를 체포했다. 학민사조는 2012년 중국 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국민교육 과목 의무화에 맞서 조직된 학생단체다. 조슈아 웡이 14세 나이로 이 단체를 이끌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설치된 선거감시단 회원 앤디 리도 붙잡았다고 SCMP가 전했다.
민주화 진영이 연이어 홍콩 경찰의 사정권에 들어가면서 이제 이목은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조슈아 웡에게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때 미국으로 건너가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통과를 호소했으며 당초 내달 15일로 예정됐던 홍콩 입법회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지미 라이가 체포된 다음 날 그가 사주로 있는 홍콩 빈과일보는 ‘빈과일보는 계속 싸워야 한다’는 제목으로 1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신문은 통상 10만부 발행하지만 이날은 50만부 넘게 인쇄했다.
홍콩 시민들은 빈과일보의 모기업인 넥스트디지털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넥스트디지털 주가는 이틀 합쳐서 한 때 1000% 이상 폭등했다. 6년 만에 최고치다. 이 회사 주가는 전날 344%까지 올랐다가 183%에서 장을 마감한데 이어 11일에도 464% 넘게 폭등하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집회의 자유가 축소된 상황에서 시위자들은 거리를 점령하는 대신 주식 거래라는 새로운 무기를 휘두르고 있다고 주요 외신은 분석했다.
실제 홍콩 시위 참가자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포럼 ‘LIHKG’에는 투쟁 연대의 의미로 주식을 매입한 뒤 팔지 말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국제 사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매우 걱정스럽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고 시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추가 증거”라고 비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유엔 인권최고대표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대변인, 피터 스타노 EU 대변인, 캐나다 외교부 대변인 등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냈다.
반면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이들의 체포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일부 법률 전문가들을 인용, 대규모 체포 작전은 홍콩 법 집행 당국이 지미 라이 등을 기소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논평에서 “홍콩 정부는 미국 제재에 위협을 받지 않았고 강인함을 보여줬다”면서 “홍콩 보안법이 호랑이의 이빨을 가졌다는 것을 확신하게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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