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표류하는 세운상가 재개발 "산업거점 조성" vs "제2의 가든파이브"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1 16:24

수정 2020.08.11 16:24

세운상가 일대 소상공인들이 11일 서울 종로 관수교사거리에서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영준 기자
세운상가 일대 소상공인들이 11일 서울 종로 관수교사거리에서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을지로·청계천 일대 공구상가 지역 재개발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한국산업용재협회 서울지회 등 청계천생존권사수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종로 관수교사거리에서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운상가 일대는 10여년 이상 재개발 제한 구역으로 묶였다가, 최근 세운재개발촉진지구과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돼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중이다. 세운 3-1·4·5구역 등은 관리처분인가가 나와 분양이 진행 중이며, 세운 5구역과 수표구역 등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역 소상공인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비사업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구역을 예로 들며 "400여 업체가 순식간에 쫓겨났고, 상인들의 터전에 주상복합을 분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는 이름 하에 정밀가공 제조업과 기술 장인과 유통상인 등 산업생태계를 파괴하고 아파트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그동안 축적돼 온 제조역량과 수 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와 중구청에 산업생태계 보존, 활성화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려나가면서 낙후된 시설을 순차적으로 개선하여 제조, 유통의 산업 생태계를 미래세대에까지 보존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시청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사업임에도 1년 동안 사업을 전면 중단하며 서울시와 중구청이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에 공공임대산업시설(산업시설)을 8곳 만들어 700개 이상의 유통·제조 업체를 입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산업거점공간에는 기계·정밀, 산업용재, 인쇄 등 구역별 산업입지 특성을 반영한 산업시설, 스마트앵커시설 등이 들어선다. 특히, 기존에 일대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소상공인에게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시는 산업시설을 구역마다 설치해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를 최대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제2의 가든파이브가 될 것"이라며 사업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한국산업용재협회 홍영표 서울지회장은 "일대의 소상공인들이 2000개 가까이 된다"며 "공구상가 지역은 소상공인들인 한데 모인 골목상권이라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건물 몇 개로 흩어지면 상권으로서의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지역 관계자는 "지자체에선 이해 당사자간 협의를 함께 진행하며 일정 부분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업체들은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간사업이라 사업인가가 떨어지면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양측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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