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맛집 앞 20명 다닥다닥… 땀뻘뻘 상인들 "마스크 쓰기 괴로워" [현장르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6 18:10

수정 2020.08.16 18:10

서울 서대문구 시장
"비가림막에 에어컨도 없어 찜통"
분식점·식당 가스불 열기도 후끈
상인들 절반 이상 마스크 미착용
유동인구 많아 집단감염 우려 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279명으로 급증한 16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모 전통시장에서 마스크를 쓴 상인과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전집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279명으로 급증한 16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모 전통시장에서 마스크를 쓴 상인과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 전집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윤홍집 기자
"잠깐 벗은 거예요. 마스크를 왜 안 쓰겠어요!"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279명으로 치솟은 16일 서울 서대문구 한 전통시장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인이 대다수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연습이라도 한 듯 "잠깐 벗은 것"이라고 답했다. 시장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50대 여성은 "남대문시장처럼 확진자가 발생하면 어쩌나 무섭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남대문시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장을 통한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대문시장 케네디상가에서 확인된 확진 사례는 같은 시장 중앙상가로 번졌다.
지난 13일에는 동대문 인근 통일상가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방역당국을 긴장케 했다. 전통시장에 대한 감염 우려가 커진 이유는 또 있다. 전통시장은 좁은 공간에 상점이 밀집돼 있고, 다수의 시민이 방문한다는 점에서 집단감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더구나 최근 서울과 경기지역 교회 등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거센 상황이다. 지난 16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광복절 집회까지 열린 터다. 이번 광복절 사흘 연휴(15∼17일)가 코로나19 유행의 기폭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대문구 모 전통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이곳 하루 방문객은 5000여명에 육박한다. 이날 역시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고 있었다. 맛집으로 이름이 알려진 한 햄버그스테이크 가게는 20여명의 손님이 빽빽이 줄을 서며 붐볐다. 30년이 넘었다는 전집에선 백발의 노인들이 이른 시간부터 술잔을 기울였다.

수없이 오고 가는 방문객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반면, 상인들은 마스크를 하지 않은 경우가 절반이 넘었다. 심지어 마스크를 판매하는 의류상인조차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마스크를 안 쓰고 있던 청과물점 나모씨는 "마스크를 하루종일 쓴다"면서도 "가끔 손님에게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고 지적받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은 많은데 에어컨은 없어서 얼마나 더운지 모른다"며 "시장에서 마스크를 하루종일 끼려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솔직히 코로나19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걸릴 사람은 걸리고 안 걸릴 사람은 안 걸리는 거 아닌가. 코로나19 때문에 장사가 안돼서 죽겠다"고 푸념했다.

이 시장은 지붕 형태의 비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이 탓에 공기가 순환되지 않아 더욱 습하게 느껴졌다. 비가림막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한 물안개 분사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효과는 그리 좋지 않은 듯했다. 이마에는 금세 땀이 맺혔고 마스크는 눅눅해졌다. 떡볶이와 튀김을 만드는 분식점은 열기를 뿜어내 마스크를 쓰기 힘들다는 상인들의 말도 일부 공감이 됐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날씨가 덥고 일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상인 분들이 마스크를 쓰기 힘들어한다"며 "시장에선 감염을 막고자 하루 한 차례 이상 방역을 하고, 마스크를 써달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춤하던 코로나19 발생 추이까지 증가세로 돌아서며 시민들은 경계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얼마 전 시장 인근 마트에 확진자가 다녀가면서 불안감이 계속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60대 김모씨는 "동네에 대형마트는 없고 시장은 여기 하나뿐인데 안 갈 수 있느냐"며 "올 때마다 마스크를 챙기고 손소독도 열심히 하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들과 함께 장을 보러도 왔지만 혹시나 해서 데려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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