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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취업 빙하기'… 청년실업 후유증 크고 오래간다 [바늘구멍 청년취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6 18:16

수정 2020.08.16 18:31

기업들 소규모 상시채용 트렌드
도전도 못해보고 취업재수 신세
경기 회복되더라도 후순위 밀려
공공일자리 55만개는 단기알바
코로나 '취업 빙하기'… 청년실업 후유증 크고 오래간다 [바늘구멍 청년취업]
한창 취업에 뛰어들 나이인 청년들의 취업문이 전방위적인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들이 취업문을 꽁꽁 걸어잠그면서 진입 문 자체가 좁아졌다. 채용과정도 대규모 공채가 아닌 소규모 상시채용 트렌드로 바뀌어 취업이 지연되면서 '이력효과'까지 생기는 등 취업 빙하기를 맞고 있다. 이력효과란 경기침체로 한번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청년들이 전 생애에 걸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봉쇄가 심화되면서 해외취업 장벽도 높아졌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디지털 일자리와 인턴 자리를 수십만개 만든다는 입장이지만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6개월 단기알바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 상시채용, 취업 병목현상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의 경우 대형항공사는 물론 대부분 저비용항공사(LCC)도 신규 채용을 포기했다. 1만여명에 달하는 항공사 취업준비생들은 막막함만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항공사 중 신규 채용을 실시한 곳은 LCC인 에어프레미아가 유일하다. 신규 LCC인 에어로케이도 올 연말에 신규 채용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신규 항공사가 아닌 기존 항공사들의 채용인력은 올해 '제로'다.

승무원 취준생인 A씨는 "뉴스에서 항공사들이 신규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나오는 것뿐 아니라 화물로 실적을 올려 선방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씁쓸하다"며 "마치 신규로 우리는 채용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고 말했다.

매년 대규모 공채를 해왔던 대기업들이 공채제도를 폐지하고 상시·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것도 청년들에겐 부담이다. 매년 일정 숫자를 뽑던 공채가 없어지면서 코로나19 등 비상사태에서는 채용 문이 아예 닫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2월 정기공채 폐지를 선언했고, KT는 올 3월, LG는 올 6월 신입공채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취업준비생 B씨는 "기업 신입사원 공고에도 관련 분야 경력이나 자격증을 요구하는데 경력을 쌓을 기회를 갖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코로나세대' 생길 판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2030 청년들의 경우 이력효과로 인해 '코로나19 제너레이션'이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취업문을 닫으면서 취업시장에 도전도 못해보고 '취업재수생'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더 어린 취업준비생들과 경쟁에서 밀릴 처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고용난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놓친 사람들이 이후에도 고용시장에서 낮은 급여와 열악한 환경에 놓였던 상황이 재연될 조짐이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막히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취업길도 막혔다.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은 10.2%를 기록하며 통계를 개편한 1999년 이래 6월 수치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청년 디지털 일자리, 일·경험 일자리 등 청년일자리 수십만개를 만든다고 발표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공일자리가 일시적 진통제가 아닌 양질의 민간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교육·훈련과 연계하고, 정규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체 없는 55만개 공공일자리


정부는 2022년까지 한국판 뉴딜을 통해 공공일자리 55만개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55만개라는 일자리 숫자도 사실상 구호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55만개 일자리는 산업별 고용유발계수에 투입되는 재정을 곱해서 산출했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 5000만원을 투입하면 1개 일자리가 생기는데 5억원을 투입, 10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정부는 새로 생기는 일자리를 계산할 때 융자(대출)까지 포함해 계산했다. 예를 들어 환경부는 2025년까지 2조9000억원을 투자해 2만4000개 그린뉴딜 일자리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2조9000억원 중 약 65%인 1조9000억원은 융자형태다. 기업들이 빌려가지 않으면 사실상 고용창출 효과는 없거나 낮아진다는 말이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7월 실업률은 4%지만 체감실업률을 더 잘 반영한 고용보조지표3은 13.8%로 3배 이상 높다.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5%로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상황이라는 의미다.


※이력효과는 과거의 경험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쳐 실질 경제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보다 낮게 나타나는 현상. 이를 구직자에게 적용했을 땐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가 고용시장에 한번 밀려나면서 이력이 남아 전 생애에 걸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했던 사례 등이 있다.

※고용보조지표3은 확장실업률이라고도 하며 경제활동인구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합친 수치 대비 '시간 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실업자,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더한 수치의 비율.

hwlee@fnnews.com 이환주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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