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이모댁에서 지내던 대섭씨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실종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실종
"만약 대섭이를 찾는다면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동안 가난하게 살았지만, 모든 것을 잃더라도 막냇동생을 꼭 찾고 싶어요"
45년 전 막냇동생과 소식이 끊긴 형 문춘섭씨(55)는 가난으로 인해 가족이 헤어져야 했던 회한을 담아 이렇게 말했다.
17일 실종아동전문센터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문씨의 동생 대섭씨(49·당시 3세)는 1975년 여름께 경북 예천군 예천읍 개포비행장 인근에서 집 밖으로 나섰다가 실종됐다. 예천 이모댁에서 지내던 대섭씨가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정확한 날짜도 알 수 없었다.
고아원에서 지내던 문씨가 '막냇동생이 실종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은 2년이 지나서였다. 한국전쟁 참전 상이용사를 아버지로 둔 문씨의 가정은 형편이 어려워 5남매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문씨는 "큰형은 가난을 견디지 못해 끼니를 해결하려고 길거리로 나섰다가 명을 달리했다"며 "그런 상황인데다가, 뒤늦게 동생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되니 찾아나서기란 어려웠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아버지도 문씨가 12세 되던 해에 질환이 악화되며 세상을 등졌다. 아버지는 '막내를 꼭 찾아야 한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문씨는 전했다. 문씨의 어머니와 그의 가족들은 막냇동생이 실종된 직후부터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실마리를 찾기란 어려웠다. 생활고가 겹치며 대섭씨를 찾는 일은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바쁜 삶을 살던 문씨는 최근 들어 막냇동생 찾는 일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아버지의 유언도 잊지 못할뿐더러 이제는 90줄에 들어서며 정신이 흐려지신 어머니도 '대섭이는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씨는 "같이 있었던 시간은 길지 않지만, 겁이 많고 자주 울었던 아이로 기억한다"며 "가난에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지만, 이제는 만나고 싶다"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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