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당 대표 회동 제안 두고 이틀째 진실공방
김종인, 조건부 대통령 단독회담 시사에 靑 화답
靑 "김종인, 인터뷰로 靑애 의사 전달한 것 간주"
통합 "만나려면 접촉해야…靑 발표는 아전인수"
김종인 "청와대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 관심 없어"
앞서 정치권에서는 여야 정당 대표 회동 제안 여부를 두고 한 차례 공방이 벌어졌다.
최재성 정무수석 비서관은 지난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지난 13일 제가 신임 정무수석으로서 김 위원장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재차 대통령의 당대표 초청 대화 의사를 밝혔다"며 "그러나 통합당은 오는 21일로 제안했던 일정이 불가함을 어제(16일) 밝혀왔다"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 측이 회동 초청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를 전달받은 바 없다"고 했다.
이에 통합당 측이 "청와대는 회담을 공식 제안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발하면서, 여야 정당 대표 회동 제안 여부는 '진실공방'으로까지 불이 옮겨붙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같은 날 최 수석의 춘추관 브리핑에 대해 "빈말로 지나가듯 언저리에 던져놓고 마치 저희가 거부해서 성사가 안 된 것처럼 떠넘기고 있다"면서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역시 1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만나자고 하면 제안하는 절차와 방식이 있을 텐데, 최 수석이 취임 인사차 와서 지나가는 말로 '한 번 만나는 게 안 좋겠느냐' 정도로 이야기했다"면서 "대화하려는 모양새를 갖췄다는 알리바이용"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청와대 역시 김 위원장 인터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수석은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통합당 김 비대위원장께서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진심을 갖고 대통령과의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입장 밝히신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형식과 내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협의해서 바로 착수했으면 한다"고 했다.
다만 영수회담 제안 형식 등을 두고 청와대와 통합당 사이에 '신경전'은 계속 이어가는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회담에 응하겠다는 의사가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전달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언론을 통해서 직접 인터뷰를 한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에 공식적으로) 전달이 됐다고 간주를 해도 좋을 것 같다"며 "따로 말씀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대구 언론인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진짜 우리를 만나려고 하면, 우리가 주저하면 물밑에서 말해야지 마이크에다 대고 청와대에서 발표하고 그런 것을 보면 정략적인 이용"이라며 "최 수석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이다. 사태를 더 안 좋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배 대변인은 중앙일보 인터뷰에 대해서도 "적어도 회담하려고 하면 3가지(단독 영수회담, 구체적인 사전의제, 결과물) 정도는 해야지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아전인수격으로 그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이 영수회담 자체를 거절했다기보다는 언제, 어떤 모양새로 하느냐를 두고 청와대와 일종의 기싸움을 벌이면서 계속해서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구 언론인과 간담회에서 단독 영수회담 수용 의사와 관련, "대통령을 만난다고 하는 것은 무슨 '특별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만날 수 있지만, 특별한 사안도 없고 해결할 의지가 서로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서는 만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표면적으로 '청와대의 일방적인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특별한 사안의 해결'이라는 '조건'을 내건 것은, 단독회담 의지는 분명히 밝히면서도 문 대통령과의 일방적인 만남에는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못 만날 이유는 없지만 초청 형식부터 진정성, 의제까지 제대로 갖춰서 말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초청하는 것은 결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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