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 브라질 헤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등 신흥국 통화들이 폭락하고 있다. 내년까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미국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리라 등 일부 신흥국 통화들은 가치가 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리라, 헤알, 랜드 등은 올들어 달러에 대해 가치가 각각 20% 안팎 급락했다. 헤알과 랜드는 이대로 가면 평가절하 폭이 2015년 이후 최대가 된다.
이들 외에 러시아 루블, 멕시코 페소 역시 15% 가까이 급락했다.
특히 이들 통화는 달러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2년여만에 최저수준으로 값이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에 대해 급격히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속도와 이에따른 급격한 경기 침체가 그러잖아도 취약한 이들 국가의 보건체계와 정부 재정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가 이들 신흥국 통화 가치 추락의 배경이다.
펀드매니저들은 3~4월 이들 시장에서 수십억달러를 회수했고, 이때문에 통화가치가 폭락했지만 이후 시장 안정에도 불구하고 이 돈은 다시 투입되지 않고 있다.
통화가치 추락은 심각한 후유증을 몰고 올 수 있다.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급격히 높일 수 있고, 대외 부채 부담도 크게 높아진다. 반면 국내 저축과 금융자산 가치를 끌어내려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감퇴시킨다.
또 통화가치 하락을 제대로 방어해내지 못하면 추가 하락을 우려한 대규모 자본 이탈을 부를 수도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 구리 같은 주로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은 이들 원자재 수요가 반등하기 전까지 통화가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내년은 돼야 원자재 수요가 회복되고, 이들 신흥국 통화가치 역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D증권 글로벌 외환전략 책임자 마크 매코믹은 "신흥국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세계 경제가 치유되고 있다는 진정한 신호"라면서 "신흥국들이 정상적인 성장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신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코믹은 "신흥국들은 또 상품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WB)의 6월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경제가 세계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고,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은 2.5%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신흥국의 마이너스 성장은 60여년만에 처음이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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