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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전환율 2.5%는 '종이호랑이'… 강제성 없고, 형평성 훼손, 신규계약엔 무용지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9 15:49

수정 2020.08.19 16:49

현재 시장서도 4%룰 제각각
안지켜도 규제할 방법 없어
2.5%땐 기존 계약 등 역차별
신규계약은 개입 여지 없어
집주인 편법 등 부추길수도

정부가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부족하고 전세품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서울 잠실 일대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전월세 전환율을 4%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부족하고 전세품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서울 잠실 일대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정부가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막기 위해 전원세 전환율 인하 카드를 꺼냈지만, 최소한의 강제성마저 담보 못해 ‘종이 호랑이’ 수준의 보완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전월세 전환율을 현행 4%에서 1.5%를 낮춰 2.5%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는 임대차시장 위축만 부를 뿐 통제 가능한 수단이 없어 실효성 없는 조치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전월세 전환율 인하(4%→2.5%) 조치는 △강제성이 없고 △적용대상과 시기를 놓고 임대소득 형평성이 훼손되며 △신규계약에는 무용지물이라는 세 가지 난제를 풀 방법이 없다고 진단한다.

■집주인 안 지켜도 손 놓고 있어야
전월세 전환율은 임대차보호법에서 법정전환율 ‘10%’ 또는 ‘기준금리+3.5%’ 중 낮은 쪽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이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은 ‘05%+3.5%’인 4%가 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규정이 유명무실화 된 지 오래다. ‘4% 룰’ 자체가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4%를 의무로 느끼지 않는 데다, 세입자 입장에서도 전세계약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심의·조정을 신청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항변할 방법이 없다.

실제 강남의 신축 아파트 반전세 매물 다수가 6% 이상의 전월세전환율로 월세를 납부하고 있다. 노후 단지나 강북 일부에서는 월세를 역산하면 3%선의 전월세 전환율이 나오기도 한다납부하고 있다. 노후 단.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올해 7월 수도권 전월세 전환율도 5.7%(KB국민은행 기준 4.81%)로 현재 기준인 4%를 훌쩍 뛰어넘는다.

문제는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낮추더라도 역시 강제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내년 6월 예정된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지 않으면 정확한 계약 내용 취합도 어려운 형편이다.

■기존 반전세 세입자는 외면?
따라서 정부가 전월세 전환율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새로운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강제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실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최근 전월세 전환율을 초과하는 월세에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적용할 대상과 시기를 놓고는 ‘형평성 훼손’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야기할 수 있다.

가령 서울 잠실의 전세보증금 10억원 아파트에 반전세로 사는 A라는 임차인이 6억원 보증금에 나머지 4억원을 월세로 내고 있다면, 전월세 전환율 4%를 적용해 6억+월133만원(4억원×4%÷12)이 된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 시세 10억 전세를 사는 B라는 임차인이 계약갱신 시점이 다가와 집주인의 요구로 임대보증금을 6억원 내고 나머지 4억원을 월세로 돌린다고 가정하자. B는 전월세전환율 2.5%를 적용 받아 6억+83만원(4억원×2.5%÷12)을 내게 된다. 이 경우 A와 B의 월세는 무려 5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전월세 전환율 2.5%를 기존의 계약까지 소급적용해 기존 월세를 인하하도록 강제하지 않는 이상 세입자들마다 형평성이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신규계약때 올려도 속수무책
이밖에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전월세 신규계약을 할 경우 '2.5% 규정'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임대차 2법에 의해 2년+2년으로 계약갱신을 할 경우는 기존의 임대보증금 기준이 있고 전월세상한제에 의해 5% 까지만 전세를 올릴 수 있다. 즉 임대인이 월세로 일부를 전환해도 전월세전환율 2.5%가 효력을 발휘 한다.

예를 들어 6억 임대보증금의 전세를 2년 갱신할 경우 집주인은 6억의 5%만 올릴 수 있어 6억3000만원이 보증금 상한선이 된다. 전세의 일부를 월세 전환해 임대보증금 4억에 2억3000만원만큼의 월세를 낸다면 임차인은 4억+47만9000원(2억3000만원×2.5%÷12)을 내면 된다.

하지만 같은 집이 전월세 신규계약을 할 경우는 ‘5% 룰’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집주인은 전세를 대폭 올리면서 월세로 돌려 전월세전환율 자체를 무력화 할 수 있다.

같은 집주인이 새 계약에서 전세보증금을 6억원에서 8억원으로 올려 제시하는 경우다. 8억원 전세 중 4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임차인은 4억원+83만원(4억원×2.5%÷12)을 내야한다.

이런 방식으로 임대인이 터무니없이 높은 전세를 내걸고 유인책으로 그보다는 낮은 월세를 요구하면 임차인은 떠밀려 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보증금 4억에 월세 70만원 정도를 요구하는 식이다. 이는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아 계약갱신을 한 월세 48만원 보다 22만원이 높은 금액으로, 전월세 전환율를 역산해보면 3.65%로 오를걸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규계약에서는 임대인이 전월세상한제에 묶이지 않기 때문에 2.5% 전월세전환율을 얼마든지 편법적으로 높일 수 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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