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통합정치 밑거름 되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었다. 김 위원장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며 "벌써 100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떼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신군부가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선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통합정치 밑거름 되길
김 위원장의 사죄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1980년에 일어난 광주 민주화운동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보수 집권세력은 단 한 차례도 희생자를 향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가해자가 용서를 구하지 않자 호남도 보수당을 버렸다. 김 위원장의 무릎 참배는 이같은 악연을 끊는 첫걸음이다.
김 위원장과 미래통합당에 주문한다. 사죄를 말로만 해선 안 된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억지로, 마지못해 형식적인 사과에 그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 통합당은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 오히려 앞장서기 바란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광주 민주화운동에도 적용된다. 피해자가 됐다고 할 때까지 가해자는 용서를 구하고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야 한다. 향후 당 관계자의 막말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통합당은 올봄 총선에서 참패한 뒤 변신에 한창이다. 진보 의제인 기본소득을 1호 정책으로 담은 새로운 정강·정책도 내놓고, 반성문 성격의 총선백서도 내놨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통합당 지지율이 창당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는 밑거름이 됐다. 변신의 진정성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판도 달라지길 바란다. 누구나 통합을 외치지만 사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아쉬운 게 바로 통합의 정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년 전 취임사에서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어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문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역대 최다를 기록 중이다. 여야는 정권을 놓고 싸워야 할 숙명이지만 종종 힘을 모아야 할 때도 있다. 코로나 2차 대유행을 앞둔 지금이 바로 그렇다. 코로나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 서민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정략적인 네탓 공방은 부질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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