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립적 입장 견지한 싱가포르와 한국
- 미중갈등 속에서 우호국 확보 필요한 中
- 미중갈등 속에서 우호국 확보 필요한 中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회동의 핵심 의제는 미중 정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안 일정 보다는 전체적인 큰 틀에서 국제적인 갈등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의미다. 양 정치국원은 21~22일 일정으로 방한한다. ·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20일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양 정치국원은 방한 기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양국관계 강화와 한반도 문제, 중미 관계 등을 포함한 국제 정세를 의제로 삼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정치국원은 이번 해외외교 일정을 싱가포르와 한국으로 한정했다. 이들 두 국가는 미중 갈등이 첨예하고 대립되는 상황에서도 일본이나 서방국가와 달리,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은 지난 6월 일본·영국·호주 등 27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에 우려의 뜻을 나타낼 때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의 화웨이·틱톡 제재나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등을 놓고도 특별한 언급이 없다. 싱가포르 역시 미중갈등 이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선 미중갈등 구도에서 자국에 비적대적인 국가를 우호국으로 변화시켜야할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미중 관계가 ‘신냉전’을 형성하면서 세력형성이 중요한 시점이 됐다. 현재 미국은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중국은 러시아, 북한 등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일본은 미국에 보조를 맞추며 중국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여 왔다. 시 주석의 방일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선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 “미국 국방장관과 일본 방위상이 남중국해 등에서 활동을 확대하는 중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9일 괌에서 회동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지난 18일 동중국해 및 난세이 제도 주변 상공에서 전투기 등을 동원한 대규모 합동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다 소장은 “중국과 한국은 코로나19 발생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무역, 투자, 민간 교류 등 분야에서 원활한 소통을 이어왔다”면서 “또 다른 미국 동맹인 일본에 비해 한국은 미국의 대중 공세에 동조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좡궈투 샤먼대 동남아시아 연구소장은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로 중미 갈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양 정치국원은 지역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안에 시 주석의 방한을 한중 양국이 공통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도 테이블에 올라올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4년 때처럼 통상적인 외교라인인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시 한국을 찾아 시 주석의 방한을 논의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향후 일정을 장담할 수 없다. 양 정치국원 방한을 기회로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 소장은 “양 정치국원의 방문은 시 주석의 연말 방한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CMP는 “중국 최고 외교관의 싱가포르와 한국 방문은 워싱턴과 지정학적인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시 주석 방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