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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송현동 땅 매각은 주인 대한항공에 맡겨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0 18:05

수정 2020.08.20 18:05

임자가 뻔히 있는 땅을
지자체가 왜 간섭하나
국민권익위원회가 20일 대한항공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 본격 중재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국민권익위에 자사 소유 송현동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을 막아달라는 의견서를 지난 6월에 이어 지난 12일 다시 제출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해당 부지 공원지정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서울시가 오는 26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공식 처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한항공이 다급히 사전 저지를 촉구한 것이다.

서울시의 공원지정 변경안이 결정될 경우 자구책의 일환으로 부지 매각작업을 벌여온 대한항공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자금마련이 한시가 급한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을 서둘러왔다. 서울시는 당초 매각대금으로 4670억원을 책정한 바 있는데 이마저도 2022년까지 분할지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3만6642㎡ 규모 송현동 부지는 공시지가를 반영한 현재 시세가 7000억∼8000억원이다. 인허가권을 무기로 막무가내인 서울시 방식에 대한항공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송현동 땅은 도심 최고 금싸라기다. 위치나 전통을 볼 때 이만한 곳이 없다. 조선을 대표하는 두 궁궐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완충지대로 주변 곳곳에 역사의 숨결이 배어있다. 공원이 되면 시민이나 관광객이 맛볼 즐거움은 아주 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엄연히 소유권이 따로 있는 사유지를 공공이익을 위해 무조건 시민에게 내놓으라는 발상이 시대착오적이란 점이다.

송현동 부지는 정부에서 민간에게 팔린 이후 주인 뜻대로 쓰인 적이 없다. 미국대사관 숙소였던 곳을 삼성생명이 2002년 1400억원에 샀고, 2008년 대한항공이 2900억원에 매입했다. 7성급 한옥호텔로 한류 기반을 만들겠다는 대한항공의 꿈은 학교 인근이라는 규제조항에 걸려 끝내 무산됐다. 복합문화융합센터 건립도 추진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경영 적자에 초유의 전염병 사태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은 매각을 추진 중이었으나, 이제 아예 헐값매각을 강요받는 처지가 됐다.

권익위는 서울시와 대한항공 양측 의견을 청취한 뒤 중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소유권이 있는 기업 재산을 공공기관이 공익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처분을 결정해도 되는 것인지 여부다. 대한한공은 세계적으로 항공업종이 초토화되는 와중에 2·4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전사적 노력으로 간신히 일군 실적이지만 자금압박은 여전히 회사를 위협하고 있다. 살기 위해 처분가능한 자산은 다 내놓고 있다.
송현동 부지가 정상적으로 팔릴 수 있게 놔두는 것이 서울시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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