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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호국 확보 절박한 中, 한국에 '양자택일' 카드 내미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0 18:04

수정 2020.08.20 18:39

양제츠, 싱가포르·한국 방문
미·중 갈등 속 관계 강화 나서
우호국 확보 절박한 中, 한국에 '양자택일' 카드 내미나
【 베이징·도쿄=정지우 조은효 특파원】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한국과 싱가포르를 잇따라 방문하는 것은 첨예한 미중갈등에서 우호적인 국가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중 다툼이 '신냉전' 구도로 흐르고 오랫동안 이어질 '지구전'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적대적인 국가를 포섭해 세력을 형성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양 정치국원의 방한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일정 논의보다는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한국 입장에선 딜레마다. 미중 양국은 안보와 경제에서 각각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요청을 받더라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진 외교를 펼치기 쉽지 않다.


우호국가 '다지기' 포석


2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이번 해외외교 일정을 싱가포르와 한국으로 한정했다. 이들 두 국가가 미중 갈등이 첨예하고 대립되는 상황에서도 일본이나 서방국가와 달리,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공통된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지난 6월 일본·영국·호주 등 27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에 우려의 뜻을 나타낼 때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의 화웨이·틱톡 제재나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등을 놓고도 특별한 언급이 없다. 싱가포르 역시 미중갈등 이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선 미중갈등 구도에서 자국에 비적대적이거나 우호적인 국가와 관계를 보다 공고하게 다져야할 필요성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미중 관계가 신냉전을 형성하면서 세력이 중요한 시점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중국은 러시아, 북한 등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좡궈투 샤먼대 동남아시아 연구소장은 이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로 중미 갈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양 정치국원은 지역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일본은 미국에 보조를 맞추며 중국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여 왔다. 시 주석의 방일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선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같은 날 소식통을 인용, "미국 국방장관과 일본 방위상이 남중국해 등에서 활동을 확대하는 중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9일 괌에서 회동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는 지난 18일 동중국해 및 난세이 제도 주변 상공에서 전투기 등을 동원한 대규모 합동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 소장은 "중국과 한국은 코로나19 발생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무역, 투자, 민간 교류 등 분야에서 원활한 소통을 이어왔다"면서 "또 다른 미국 동맹인 일본에 비해 한국은 미국의 대중 공세에 동조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올해 안에 시 주석의 방한을 한중 양국이 공통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도 테이블에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14년 때처럼 통상적인 외교라인인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시 한국을 찾아 시 주석의 방한을 논의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향후 일정을 장담할 수 없다. 양 정치국원 방한을 기회로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SCMP는 "중국 최고 외교관의 싱가포르와 한국 방문은 워싱턴과 지정학적인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시 주석 방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선택 강요 '우려'… 양자택일 '지양'


문제는 양 정치국원이 한국에게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했을 경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 정치국원의 방한에 대해 "중국의 한국 끌어들이기 일환"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 미중 관계에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해온 한국과는 대치된다.
실제 한국 정부는 과거 미국 중심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놓고 선택을 강요받을 때도 "국제 정세를 면밀하게 모니터링 중이며 최대 국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입장을 유보해왔다.

당시 경제 전문가들은 결정을 서두르지 않을 경우 경쟁국에 뒤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한국 정부는 오래 전부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생존해 왔는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요구라며 판단을 미뤘다.


외교 소식통은 "안보를 미국에, 경제를 중국에 각각 의존하는 만큼 한쪽 편에 기울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면서 "양자택일이 아니라 어우러진 상황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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