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곳곳 문닫은 점포…대출 받아 월세내는 상인들
"또 기자구만... 손님일 리가 없지."
지난 21일 서울 남대문시장 한 의류매장 상인에게 길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달 초 남대문시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만 간간이 보일 뿐, 손님은 없다는 것이다. 이 상인은 "며칠 동안 옷 한 벌도 팔지 못했다"라며 "사람들이 남대문시장에 가면 코로나에 걸리는 줄 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확산지' 꼬리표에 상인들 '울상'
남대문시장은 침울하다 못해 참담한 분위기였다. 영업이 한창일 시간대임에도 상당수 매장이 닫혀 있었고, 폐업 안내를 붙인 곳도 적지 않았다. 상인들은 코로나 이야기에 분통을 터뜨리며 저마다의 궁핍한 사정을 토로했다. '마수걸이도 하지 못한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월세를 밀렸다'거나 '폐업을 해야겠다'는 말도 있었다.
남대문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이곳에서 영업 중인 점포는 약 1만여 곳에 이른다. 올해 2월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에 기나긴 장마, 남대문시장 관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하루 20만명으로 추정되던 유동인구는 바닥을 쳤다. 점포의 약 20%는 폐업 상태다. 손님들이 줄을 지었던 노점상은 모두 철수했다. 가게 문을 열어도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휴가를 핑계로 영업을 중단한 곳도 있다. 상가 1층에 위치한 점포는 한달 임대료가 5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
경영난이 심화된 건 단연 이달 초 남대문시장서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부터다. 지난 6일 남대문시장 '케네디상가'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9일에는 확진자 7명이 추가됐고, 10일에는 인근 '중앙상가'에서 1명이 감염됐다. 남대문시장 관련 총 확진자는 9명이다. 집단감염이라고 부르기는 다소 무리가 있는 숫자다. 하지만 남대문시장을 두고 '코로나 확산지'라는 꼬리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교회발 감염으로 코로나19가 재유행된 지금은 방문객의 씨가 마른 상황이다.
남대문시장 확진자 9명 중 1명인 A씨는 지난 19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열흘간의 입원을 마치고 건강한 상태로 시장에 돌아왔지만, 시장은 '쑥대밭'이 됐다는 것이다.
A씨는 "케네디상가에 잠깐 들렸다가 확진 판정을 받고 무섭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라며 "다행히 치료를 잘 받고 퇴원했는데 상권은 망해있더라"라고 호소했다. 이어 "남대문시장을 집단 감염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라며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더욱 철저히 방역에 나서면서 추가 확산을 막았다. 사람들이 우리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월세 못내 고액 대출받는 상인들…"출구가 없다"
남대문 시장 명물로 알려진 갈치조림 골목도 상황은 같았다. 점심시간인데도 테이블은 텅 비어있었고 업주들은 가게 밖에 나와 있었다. 지나가던 취재진에게 "들어오라"고 말하던 상인의 얼굴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한 상인은 하루 평균 200명 오던 손님이 20명 이하로 감소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4명이던 종업원은 모두 내보냈고, 식재료상을 통해 3관 주문하던 콩나물은 반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40년간 갈치조림을 팔았다는 김모씨(68)는 "손님이 안 오면 우리만 망하는 게 아니다"라며 "식재료상 주문도 줄고 종업원은 실직해 줄줄이 타격을 받는다. 이러한 악영향이 사회 전반에 퍼지는 상황이 무섭다"고 우려했다.
상인회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방문객이 떨어진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하고 있지만 홍보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인회는 다음주내로 모든 상가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방역 수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남엽 상인회장은 "월세를 내지 못해서 제3금융권에 손을 빌리는 상인들도 많다"라며 "몇십 년간 해온 점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도 무너지는 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상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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