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내벤처 퍼스트페이스, IT공룡 애플에 특허소송 승소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3 14:48

수정 2020.08.23 14:48

국내 스마트폰 기술개발 벤처업체인 퍼스트페이스가 정보기술(IT) 공룡인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승리했다. 퍼스트페이스가 지난 2013년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 모바일 부문에 출품한 잠금화면 광고 서비스 '아이디어쨘'. 퍼스트페이스 제공
국내 스마트폰 기술개발 벤처업체인 퍼스트페이스가 정보기술(IT) 공룡인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승리했다. 퍼스트페이스가 지난 2013년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 모바일 부문에 출품한 잠금화면 광고 서비스 '아이디어쨘'. 퍼스트페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업체인 퍼스트페이스가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인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승리했다. 퍼스트페이스는 미국에선 물론 일본, 중국, 유럽 등에서 애플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을 통해 자사보유 기술을 인정받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퍼스트페이스 특허 3건중 2건 유효"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지난 1일 애플이 퍼스트페이스를 상대로 청구한 특허무효심판(IPR)에서 퍼스트페이스 특허 3건 중 2건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퍼스트페이스는 지난 2011년부터 사용자·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한 토종 특허벤처기업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에서 잠금화면 인증 기술 및 잠금화면 연동 광고에 대한 특허 40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퍼스트페이스는 지난 2018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 애플이 자사 보유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이 아이폰 5S, 아이페드 Air 2 기종부터 탑재해 온 '터치아이디 기술'이 자사의 미국 특허 다수를 무단,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이 기술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홈버튼에 지문인식 센서를 결합해 사용자의 지문을 인증하는 애플의 대표 생체인증 기술이다.

이에 애플은 2019년 1월 미국 특허심판원에 특허 3건의 무효를 주장하며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과거에 이미 나온 선행기술과 비교했을때 새로운 특허기술이 아니라는 의미다. 애플이 제기한 무효심판에서 특허심판원이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 퍼스트페이스가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은 자연스럽게 무산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미국 특허심판원이 퍼스트페이스 특허 2건에 대해 유효성을 인정한 만큼 향후 애플과의 특허 침해소송에서 중요한 관문을 넘었다는 설명이다.

퍼스트페이스의 공동대표인 심영택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는 "유효성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특허 침해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대부분의 경우 특허침해 소송까지 가기 전에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日·中·유럽서도 특허침해소송 추진
애플은 미국 특허심판원 결정에 불복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특허심판원 판정이 연방항소법원에서 번복될 확률은 평균 14%에 불과해 퍼스트페이스 특허의 유효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정재락 퍼스트페이스 대표는 "애플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적절히 대응할 방침"이라면서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연방 항소법원이 특허심판원의 심판 결과를 번복할 확률은 14% 미만으로, 항소에서도 유효성을 재확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면 사실상 퍼스트페이스 특허의 유효성 인증은 마무리되는 셈이다. 연방대법원에 상고하는 방법도 있지만 특허관련 재판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고 과거 사례를 보면 항소법원의 판결이 95% 이상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퍼스트페이스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에서 보류중인 애플의 특허침해소송도 가능한 빨리 진행할 계획이다. 특허의 침해 확인은 유효성 판단보다 용이하기 때문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허침해를 입증하게 되면 애플은 퍼스트페이스 보유 특허를 침해한 데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정확한 배상규모는 산출하기 어렵지만 미국내 애플의 시장점유율과 그동안 판매 실적, 앞으로 매출 전망 등을 고려하면 막대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 대표는 "현재 일본에서도 애플을 상대로 한 특허침해소송이 순조롭게 진행중"이라며 "앞으로 중국 및 유럽에서도 특허침해소송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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