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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마술은 인생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5 18:14

수정 2020.08.25 18:14

[여의나루] 마술은 인생이다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많은 가운데 여름휴가를 맞이했다. 특별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번 휴가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평소 시간이 나면 꼭 배워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마술이었다. 우연히 모임에서 마술학회 회장을 지내신 김청 마술사님을 만나 교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 휴가 동안 집중적으로 개인교습을 받았다.

첫 시간에 마술사님이 질문을 던지셨다.
"마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별 고민 없이 대답했다. "트릭이요." 선생님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답을 알려주셨다. "마술은 과학이고, 수학이에요." 이 말이 진실임을 수업받는 내내 확인할 수 있었다. 마술 기법과 도구는 오랜 기간 수많은 마술사들의 노력 끝에 과학적 근거와 수학적 계산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관객의 눈을 속이는 것도 손기술뿐만 아니라 눈의 잔상을 이용하는 것이 많다. 카드나 줄, 링을 이용하는 마술도 대부분 수학이나 과학에서 그 원리를 차용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비록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마술을 배우고 나니 마술과 인생이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째, 보이는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의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마술사는 손바닥 안에, 무대 곳곳에 많은 것들을 숨겨놓고 있다. 우리는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사물과 사상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우리가 모른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세상을 다 안다는 듯이 잘난 척하면서 상대방을 함부로 공격해서는 안된다.

둘째,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로 인해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술이 성공하려면 관객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이끌게 된다. 변호사를 하면서 만난 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욕심에 눈이 멀어 다른 부분을 보지 못한 경우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보고, 유리한 것만 바라보면 편하지만 큰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다른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검해야 한다. 때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살펴봐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셋째, 눈에 보이는 그대로 즐기는 여유를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이미 알고 있거나 눈속임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옆 사람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이다. 힘들게 마술의 비법을 알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자연스럽게 마술사와 동화되면서 탄성을 지르고 박수치며 웃고 즐기면 된다. 쉬려고 마술을 보러 왔는데 굳이 두뇌를 긴장시킬 필요는 없다. 인생도 때론 그 자체를 즐기며 쉬어갈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주변에 실패로 인해 좌절하거나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경우를 봤다. 숙련된 마술사도 무대 위에서 실수할 때가 있다고 한다. 신도 아닌 사람인데 살다 보면 실패하는 것이 당연하다. 동일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면 된다.

마술은 행복을 주고받는 마술사와 관객 간 소통의 시간이다. 공연 중에 사소한 실패는 중요하지 않다. 공연장 문을 열고 나갈 때 행복하면 된다. 우리 인생도 역시 그렇다.
살아가는 매 순간이 행복하고 성공적일 수는 없다. 마지막 순간에 행복했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로 사는 것이 재미없고 힘들어졌다지만,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독자분들의 인생이 마술처럼 행복해지시길 기원한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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