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살다살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네요."
제8호 태풍 '바비(BAVI)'가 제주에 근접한 26일 오전 평소에도 물결이 거센 곳으로 유명한 제주 서귀포시 법환포구 앞바다는 잔뜩 성난 파도가 육상을 집어삼킬듯 일고 있었다.
말그대로 집채만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나들었다.
이곳 주민인 강모씨조차 "매일보는 파도가 무섭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날 제주도는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해 낮밤을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비바람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도 휘청일 만큼 거세고 시야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걷기가 힘들 정도다.
많은 비에 바람까지 강하다 보니 얼굴에 닿는 빗방울이 따갑게 느껴졌다.
도로도 평소보다 한산했고 다니는 차량들도 전조등을 켜고 엉금엉금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도로에는 잔나무가지와 쓰레기가 바람에 흩날려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했다.
관광도시 제주를 상징하는 워싱턴야자수는 강풍에 위태롭게 휘어지길 반복했다.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가로수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7시44분쯤 서귀포 회수동에 가로수가 도로를 덮쳐 통행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제주시 이도2동 사거리에서도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오전 11시쯤에는 제주시 연동 옛 문화칼라 사거리에 가로수가 쓰러져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
이외에도 노형동 도로 중앙분리대가 엿가락처럼 휘는가 하면 가게 유리창이 깨지고 간판이 떨어지는 사고도 소방본부에 접수됐다.
다행히 아직 인명피해는 없다.
평상시라면 인파로 북적일 제주국제공항은 항공사들이 일찌감치 항공편을 결항해 썰렁했다.
공항 내 컨테이터 선별진료소는 운영을 중단하고 바닥에 50㎝ 구멍을 내 결박했다.
태풍 바비가 제주에 최근접하는 시점은 이날 오후 2~3시다. 오후 2시에는 서귀포시 서쪽 180㎞ 해상, 오후 3시에는 제주시 서쪽 180㎞ 해상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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