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총파업 첫날
응급실 등 정상가동했지만
환자 돌려보내며 간신히 진료
동네병원 휴진 모르고 헛걸음도
응급실 등 정상가동했지만
환자 돌려보내며 간신히 진료
동네병원 휴진 모르고 헛걸음도
표면은 정상, 내면은 "간신히 돌려"
서울 지역 대형병원 여러 곳을 현장 취재해 본 결과 표면상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적인 의료행위가 이뤄졌다.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들도 순서를 기다려 진료를 받았고, 입원환자에 대해서도 예정된 치료가 이뤄졌다. 이날 오전 한 대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엔 119 등 구급차가 환자를 태우고 몇 차례 방문했다. 골절 등 응급조치가 필요한 외상환자들로, 신속하게 건물 내부로 옮겨졌다.
구조대원들도 파업에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119 한 관계자는 "병원에 의사가 부족하면 응급환자를 거부할 수도 있어 계속 실시간으로 (처치가 가능한 병원을) 파악하고 있다"며 "중증은 전에도 (병원이 안 받아줘서) 뺑뺑이 도는 경우가 있었는데 파업 때 그런 환자가 생길까봐 더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 병원 본관 로비엔 파업에 돌입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선배들에게 보내는 글이 게시돼 있었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앞을 지나는 환자 중에선 혀를 끌끌 차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한 환자는 "코로나19가 확산돼 전 국민이 비상상황인데, 파업을 한다니 참 이기적"이라며 "평소에도 의사가 부족하다고 난리들인데 급한 수술을 받아야 되는 환자 보호자는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비난했다.
표면적으로는 병원들이 정상 운영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부 상황은 달랐다. 복수의 병원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데 파업까지 했으니 다들 겉만 정상적으로 보이게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파업참여자 비율이 높은 대형 병원들은 평소보다 환자 수를 줄이고 수술을 미루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을 앞두고 환자들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퇴원시킨 과도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수술 최대 50% 줄여
수술이 평소보다 줄어든 병원도 여럿이었다. 파업참여자 비율에 따라 평소 대비 20~50%까지 수술이 줄기도 했다. 한 환자의 보호자는 "병원에서 전공의 파업 때문에 갑자기 수술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하더라"며 "우리는 목숨이 달려 있는데 앞이 캄캄하고 눈물만 나더라"고 호소했다.
몇 달 기다렸던 난소암 수술이 밀렸다며 항의차 병원을 방문한 경우도 있었다. 이 환자의 남편은 "암이라 하루가 급한 상황인데 이렇게 큰 병원에서 사람이 없어 수술을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일단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지라도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선 의원급 병원에선 파업 영향이 크지 않았다. 보건당국이 사전 집계한 휴진율 6.4%보다는 많은 병원이 문을 닫았으나 절반 이상은 정상운영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날 서울 강서구·양천구·종로구·마포구·서대문구 일대 의원급 병원 30곳을 무작위로 찾은 결과 문을 닫은 병원은 모두 13곳이었다.
일부 병원에선 휴진 소식을 모르고 방문했다 걸음을 돌리는 불편도 이어졌다. 골다공증약을 받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서대문구 모 병원을 찾는다는 80대 노인은 병원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약이 떨어진 지 이틀이 넘었는데 앞으로 3일간 닫는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정상영업을 하는 병원에는 환자가 몰리기도 했다. 병원 내 대기공간이 부족해 문 밖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50대 문모씨는 "병원이 파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 전화하다가 진료 중인 병원을 어렵게 찾았다"며 "평일 오전인데도 30분 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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