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원로' 정세현 예방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이인영 "약속한 것 반드시 지킨다" 합의 이행 강조
정세현 "작은 걸음 정책처럼 北이 진정성 느끼도록"
이인영 "약속한 것 반드시 지킨다" 합의 이행 강조
정세현 "작은 걸음 정책처럼 北이 진정성 느끼도록"
이날 이 장관은 서울 중구에 있는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집무실을 찾았다.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정 수석부의장을 찾은 이 장관은 “최근 인도협력 문제와 사회문화 교류, 작은 교역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녹록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기본적으로 북쪽에 남쪽에 일종의 방어적 (기질이) 있다"며 "과거 동서독도 그랬다. 그런 것들을 안심시키는 정책이 '작은 걸음의 정책(Politik der kleinen Schritt)'"이라고 말했다.
작은 걸음의 정책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Ostpolitik)'을 뜻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자는 것으로 브란트 총리의 이 정책은 독일을 통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외교안보라인을 개편,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장관은 인도주의적 교류 협력을 정치·군사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정책적 방향성을 갖고 있다.
북한과 교류협력의 장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통일부는 물물거래 방식의 ‘작은 교역’ 구상을 밝혔다. 이에 민간에서 북한의 술 등 주류를 남쪽의 설탕과 바꾸는 거래의 계약을 맺었지만 거래 대상인 북한 기업이 대북제재 대상 기업으로 확인되면서 첫 단추부터 어그러졌다.
정 수석부의장은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니'(라는 말이 있듯) 꾸준히 작은 일이라도 계속 통일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며 "계속 (그렇게) 해 나가면 아마 그(북측) 쪽도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지금은 진정성을 인정 못하는 단계 아닌가"라면서 "전단(삐라) 문제도 있고, (관련)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지 않나. 그게 되어야 진정성을 인정까지는 아니어도 (감수)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 시간이 지나면 잘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단살포를 방지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고 장관이 하려는 대로 꾸준히 하면 북한도 ‘판을 새로 짜자’고 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체감할 만한 변화가 뒷받침된다면 북한도 우리의 제안에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수석부의장의 조언에 이 장관은 "'작은 것을 하더라도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그동안 남북 간 합의하고 약속했던 것, 약속과 합의를 실천하는 과정의 길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 수석부의장은 통일원로로 김영삼 정부에서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로도 정 수석부의장은 통일과 관련된 주요 사안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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