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
행정 등 통합·조정기관 맡았음에도
단체장 견제·감시 역할 제대로 못해
"주민에 힘 줘 의회 책임도 강화를"
행정 등 통합·조정기관 맡았음에도
단체장 견제·감시 역할 제대로 못해
"주민에 힘 줘 의회 책임도 강화를"
국회의원 비서관·보좌관으로 열정을 불태웠던 그는 2010년 시의원으로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지방분권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를 처음 본 건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였다.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지방의회법' 제정의 중요성을 논하는 자리였다. 몇달 전 만난 한 지방자치 전문가는 "지자체가 많이 부족한 건 인정한다"면서도 "비판을 하더라도 애정의 눈으로 바라봐야 제 역할에 맞게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들으며 이 말을 다시 떠올렸다. 또박또박 논리정연하게 말하면서도, 지방의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의 생각을 더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난 24일 서울시의회 3층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70년 제7대 대통령선거 연설 중 한 대목을 언급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유능한 행정관료보다 무능한 주민의 대표가 낫다'고 말했다"며 "의회가 다소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지만 민주통제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91년 지방의회가 들어선 이후 행정에 대한 개념이 확 달라졌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빠른 행정처리를 요청하면서 찔러준 뇌물인 '급행료'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상적이었다"면서도 "지방의회가 만들어진 이후 싹 없어졌다"고 했다.
이어 "행정이 고압적, 권위적 행태를 보이던 것에서 주민 서비스라는 관점으로 바뀌게 된 계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의회 위상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정·교육·주민자치 그리고 곧 도입될 자치경찰까지 17개 시·도 광역의회가 이 네 가지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조정기관을 도맡고 있지만 그에 따른 권한이 부족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명목상 주민 대의기관이자 의결기관이라는 허울 속에서 지방의회는 단체장 견제와 감시 역할을 위한 권한과 위상을 제대로 부여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비서관·보좌관에 입법조사처까지 갖춘 국회와 달리 지방의원은 혈혈단신이다. 그는 "지방의원은 아무런 입법 보좌 없이 혼자 일한다"며 "의원들 혼자 다양한 행정 수요를 다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제20대 국회 때 광역의원에게 입법 보좌인력을 지원해주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그는 권한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책임'이란 단어도 곧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낯뜨겁고 부끄러운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고 인정하면서 '주민소환법'을 언급했다. 그는 "주민소환 요건 완화에 적극 찬성한다"고 했다. 지역 유권자 20% 이상이 모이면 지방의원의 주민소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무조건 의회에 힘을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할 일을 제대로 못하면 직접 책임을 받겠으니 감독하고 감시해달라는 것이다. 주민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 자치분권"이라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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