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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내년에도 슈퍼예산, 재정이 화수분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27 18:05

수정 2020.08.27 18:05

내년에도 슈퍼예산이 기정사실화되는 기류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6일 당정협의회에서 내년에도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의견을 모으면서다. 올해 예산 대비 증액 폭이 8~9%대라는 보도대로라면 내년 본예산안은 550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선택이지만 이로 인해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무용지물이 된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물론 지금 적극재정의 필요성 자체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미·중 경제냉전과 코로나19발 경제 파장을 감안하면 그렇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이 경제의 버팀목이자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맡는 건 당연하다.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공공투자 확대, 영세 자영업자와 실직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 그리고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예산 증액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나라 곳간이 화수분이 아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는 이미 11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지표 집계 이후 최대치다. 기획재정부가 불문율처럼 지키려 했던 40% 국가채무비율이란 마지노선도 올해 힘없이 무너졌다. 이처럼 재정건전성이 악화되자 당정은 이를 코로나19 탓으로 돌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매년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위기대응 먼저'와 '재정파탄 방지'라는 두 명제 사이에 딜레마 상황을 자초한 꼴이다.

그렇다면 이제 파국적 재정중독을 막을 수준의 재정준칙을 정해 실천할 때다. 내년 예산안에서 불요불급한 항목을 최대한 다이어트해야 한다. 올해 세 차례 추경 중 상당액이 일회성으로 지출된 사례가 되풀이돼선 곤란하다.
5년 임기의 정부가 급한 불부터 끄려는 고충은 일면 이해된다. 하지만 영속해야 할 국가의 재정을 '하루살이'처럼 운용한다면 인기영합주의에 젖어 나라를 거덜낸 일부 남미 국가의 전철을 밟는 격이다.
무엇보다 당정이 "곳간에 (재정을) 쌓아두면 썩는다"(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는 식의 위험한 발상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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