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파워'가 확인됐다. 전략적으로 표를 나눈 대의원들과 달리, 친문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들이 뚜렷한 호불호를 드러내면서 당락을 갈랐다. 이들의 선택을 받은 차기 지도부 역시 '문심(文心)'이 강한 영향력을 보일 전망이다.
29일 전당대회 개표 결과 당대표에는 이낙연 의원, 최고위원에는 김종민·염태영·노웅래·신동근·양향자 의원이 선출됐다. 전체 표 가운데 대의원(45%)과 권리당원(40%) 표가 합산 8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권리당원 79만6000여명 가운데 32만6973명(투표율 41.03%)이 참여했다.
이낙연 의원은 대의원(57.20%)과 권리당원(63.73%) 모두 과반 이상을 득표하며 '대세론'을 증명했지만, 그외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대부분은 양측 표가 엇갈리며 희비가 갈렸다.
특히 최고위원 선거에서 권리당원의 힘이 두드러졌다. 최고위원 후보 중 대의원 득표율 1위(17.39%)인 SK계(정세균계)의 이원욱 의원이 권리당원(6.93%) 득표에서 뒤쳐지며 최종 낙선한 것이다. 반면 신동근 의원은 대의원(9.62%) 득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으나, 권리당원(13.79%)에서 만회하며 최종 4위로 선출 확정됐다. 신 의원은 선거 기간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놓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설전을 벌인 인물이다.
김종민 의원은 권리당원(25.47%) 득표율이 대의원(13.54%)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최고위원 득표 합산 1위에 올랐다. 20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을 지낸 김 의원은 지난해 '조국 사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정국에서 목소리를 내며 핵심 지지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유일한 여성 후보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던 양향자 의원 역시 낮은 대의원(7.14%) 득표를 권리당원(15.56%) 점수로 극복하며 당선권에 안착했다.
이러한 결과는 각 후보들의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표를 나누는 대의원들과 달리, 뚜렷한 호불호에 따라 표를 던지는 권리당원 투표 성향에 기인했다. 매달 당비를 내며 정부와 당의 주요 정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온 권리당원들은 대부분 친문 성향으로, 그들의 표도 친문 인사들을 향했다. 이를 알고 있는 최고위원 후보들은 지난 선거 기간 내내 '친문 구애'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신임 지도부에서는 각종 현안과 관련해 친문 세력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그 첫 시험대는 9월 정기국회의 쟁점 중 하나인 공수처 출범 문제다. 야당이 공수처장후보추천위 구성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모법(母法)인 공수처 설치법을 개정해 '야당의 비토권'을 약화 또는 삭제하는 방안이 여당 내에서 고려돼 왔다.
이미 30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는 신임 지도부에 공수처 출범 등 문재인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지원을 당부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권리당원은 신임 대표의 수락연설에서 "당원들의 최대 관심사인 공수처 설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유감의 뜻과 함께 우려를 표명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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