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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에 무서운 대상포진…올해 접종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31 16:56

수정 2020.08.31 16:56

늦여름에 무서운 대상포진…올해 접종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60세 이상 중장년층에게 이맘 때 가장 무서운 질환은 '대상포진'이다. 여름 내 무더위와 실내외 온도차를 견디느라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탓에 대상포진이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상포진 환자는 74만4516명이었으며 그 중 8월에 발생한 환자가 9만2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장마가 길어져 무더위가 늦게 찾아온 탓에 환자 발생 시기가 조금 늦춰질 전망이다.

대상포진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고열과 피곤함의 증상이 코로나19와 유사해 혼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고열로 증상으로 코로나19 검진을 받았다가 음성으로 판정받았는데 알고 보니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 때문에 자신은 물론 주변 인물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가고, 사무실을 소독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 상태로 존재하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대개는 수일 사이에 피부에 발진과 특징적인 물집 형태의 병변이 나타나고 해당 부위에 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성인에서 잘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피부 일부에서 나타나는 통증을 동반한 발진과 수포다. 발병 1~3일 후 붉은 반점과 함께 물집이 무리지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노란 농포로 변했다가 딱지가 앉으면서 회복되는데 통상 2~3주가 걸린다. 수포 발생 전후 심한 신경통증이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팔다리 등 말단에 수포가 발생할 때보다 등·허리·복부 등 몸통에 발생할 때 통증이 심하다.

보고에 따르면 환자의 50%는 1개월 전후로 발진과 통증에서 완전히 회복하지만 30%는 수포가 회복된 후에도 3개월가량 통증이 이어졌다. 나머지 20%는 3개월 이후에도 장기간 통증이 남아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통증이 3개월 이상 남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고령일수록 잘 나타나 40세 이하 환자에선 드물고 55세 이상 환자의 27%, 60세 이상 40%, 70세 이상 70%가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수포가 넓은 부위에 나타났을 경우 △얼굴에 대상포진이 발생했을 때 △대상포진 치료를 늦게 시작했을 때 발생하기 쉽다.

최근엔 대상포진을 치료하지 않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매 발생 위험이 약 1.3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대상포진 치료를 위한 '골든타임'은 72시간"이라며 "첫 증상이 발생하고 3일 내에 치료받아야 통증과 합병증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의 표준치료는 항바이러스 치료제 투여다. 증상에 따라 스테로이드·국소마취제 등이 추가로 처방된다. 하지만 항바이러스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는 통증과 염증을 일시적으로만 낮춰 재발이 쉬운 만성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약물치료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기자극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이 치료는 통증 부위에 전기로 일정한 자극을 줘 통증을 개선한다. 세포는 전기신호로 움직이는데 노화된 세포의 전기신호가 약해지는 것에 착안, 세포내 전위를 높여 세포 대사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전기생리학에 기반을 둔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경피적전기신경자극기(TENS)'보다 피부 깊숙이 전류를 보낼 수 있는 '호아타요법(HOATA)'이 개발돼 사용 중이다. 100~800나노암페어(㎁) 수준의 미세전류를 1500~3000V의 고전압으로 흘려보내, 통증을 느끼는 신경 주변을 직접 자극해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

전기 자극이 고인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고 세포 사이의 슬러지를 녹여 통증을 개선할 뿐 아니라 주변 세포 재생을 촉진, 신경의 노화를 막고 면역력을 개선해 반복적으로 치료받으면 대상포진의 호전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대상포진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1년 1회 접종으로 약 60%정도의 예방효과가 있다. 발병하더라도 접종자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같은 합병증 발생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60세 이상 성인에게 권장되며 50세 이상은 의사의 판단 하에 접종할 수 있다. 만약 대상포진을 앓았을 경우에는 회복 후 6~12개월 지난 후에 접종이 가능하다.


심 원장은 "코로나19로 고열 증상 환자의 치료가 번거로워진 만큼 60세 이상 연령은 올해엔 서둘러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한다"며 "평소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안정을 취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영양수액요법을 적절히 병행하는 게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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