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틸웰 美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반도체, 의료 등 경제 대화 시작"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이 대만과 유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의료, 에너지 등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경제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전날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회상 포럼에 참석, “균형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으며, 이후 대만 정부와의 고위급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대중국 강경 정책을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대만과 교류를 강화하고 무기 판매를 확대하는 등 달라진 기조를 보여 왔다.
지난달에는 미국의 대만 단교 후 최고위급 인사인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대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전했다.
대만 역시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 TSMC가 지난 5월 미 애리조나에 120억달러 규모의 칩 제조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지난주에는 글로벌 5세대(5G) 통신 네트워크에서 중국의 역할을 제한하려는 미국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화답했다. 대만은 미국에서 9번째로 큰 무역파트너이자, 미국 농산물의 주요 구매자이기도 하다.
스틸웰 차관보는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압력에 맞서 대만과 유대를 강화하고 지원하기 위해 대만과 상호 경제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는 경제적 관계의 모든 분야를 탐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만과 교류를 갖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독립 세력과 분열 활동을 공공연히 지지하는 것으로, ‘하나의 중국’ 주권을 침해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미 복지부 장관의 대만 방문 때는 ‘군사적 카드’까지 거론하며 긴장의 수위를 높였다. 전날 체코 상원의장 일행의 대만행에 대해선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엄포를 놓은 뒤 주중 체코대사를 초치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유럽 순방 중 “중국 정부와 중국 인민은 체코 상원의장의 공개적인 도발과 배후의 반중국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는 것은 14억 중국 인민을 적으로 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앞바다’로 여기는 대만해협에서 미중 군사적 갈등도 커지고 있다. 대만 현지 매체는 전날 미 해군의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군용기 한 대를 보내 비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과 대만에게 ‘불장난 할지 말 것’을 경고한다”면서 “우리는 전쟁을 하고 싶지 않지만 조국을 분열시키는 움직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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