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코로나19와 화웨이 등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이 유럽과 적극적인 협력으로 국제 무역질서를 안정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도 개입 의사를 밝혔으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올해 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달 31일 보도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전날 프랑스 파리 국제관계연구소 연설에서 유럽과 협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왕 국무위원은 "오늘날 세계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특히 유일한 초강대국이 국제적 책임을 저버리고 국제기구와 협약을 계속 탈퇴해 중소 국가들이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비난했다.
왕 국무위원은 지도부 공백에 빠진 WTO에 대해 "질서있는 방식으로 WTO 개혁을 추진하고 가능한 빨리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기꺼이 프랑스, 유럽과 협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과 유럽은 두 책임 있는 세력으로서 세계 안정에 더 많은 안정 요소를 주입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과 더불어 미국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WTO는 올해 사무총장 사퇴까지 겹치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발표에서 WTO가 중국 등 신흥시장을 우대하고 미국을 차별하고 있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WTO 탈퇴할 것이다"고 위협했다. 미 상원에는 올해 6월 WTO 탈퇴 결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같은달 개인적인 사유로 임기를 1년 남기고 8월 말에 사임한다고 밝힌 뒤 미 식음료 대기업 펩시코 임원으로 이직했다.
아제베두 총장은 지난달 31일 트위터에다 "WTO 사무총장으로 봉사한 것은 큰 영광"이라며 "오늘 임기를 마치는 나의 메시지는 다자무역 체계는 고안자들이 의도했듯 세계 평화와 번영의 근본적 기둥이라는 점이다" 라고 적었다. 새 총장은 이달 1차 투표를 시작으로 3차례 투표로 선출되며 현재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포함해 8명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중국은 아직 구체적인 WTO 개혁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왕 국무위원은 파리 연설에서 트럼프 정부의 '미국제일주의' 정책을 겨냥해 "우리는 유럽과 함께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식의 사상에 반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번 WTO 총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다만 중국이 '모든' 유럽과 협력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이달 1일까지 8일 동안 왕 국무위원을 프랑스 등 5개국에 파견했고 이어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외교 담당 위원을 스페인과 그리스에 보낼 예정이다. 중국은 주요 외교 인사들을 총 동원에 유럽과 외교에 나섰지만 트럼프 정부와 각별히 가까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끄는 영국에는 고위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이에 미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재단은 지난달 31일 발표에서 영국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 및 홍콩 인권법 제재에 동참하면서 영국과 중국 관계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WTO에서 세력을 넓힐수록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말 브렉시트 이행기간 종료를 앞둔 영국은 10월까지 EU와 미래 무역과 경제 관계를 합의하지 못하면 이행기간 종료와 함께 EU 관세동맹에서 퇴출된다. 영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WTO 규정에 기초해 EU 및 다른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 협상에 나서야 한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프랑스 주재 해외 대사들과의 만남에서 브렉시트에 대해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 영국의 고집불통과 비현실적 태도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EU는 브렉시트를 놓고 항상 단결돼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유럽의 파멸 징후를 봤다는 이들(영국)이 틀렸음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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