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까지 내수진작을 독려한 마당이다. 정부의 메시지는 황금연휴에 코로나 시름을 잊고 여행을 즐기라는 뜻 아니겠는가. 개인적 단상이지만 최근 코로나 재확산의 근본 원인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7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이래 정부는 외식, 여행, 공연·영화 쿠폰을 발행했다. "국민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인지 몰라도 정부는 1700억원의 할인쿠폰 발행계획을 발표했다. 영화 할인권은 194만장 중 50만장이 사용됐고, 90만장이 발행된 국내 숙박 할인쿠폰은 12만장이 소진됐다.
상당 기간 20~30명을 오르내리던 확진자 수가 50명대로 증가한 것은 8월 11, 12일이다. 8월 13일 103명, 14일 166명, 15일 279명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데는 정부의 움직임과 함께 느슨해진 국민적 분위기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정부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코로나 '방역'이 가장 중요하지만 국정운영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정부는 국정의 모든 분야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코로나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고사 상태인 공연 예술계를 위해서도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뜩이나 침체된 지방경제를 포함, 속절없이 추락하는 경제 전반을 걱정해야 한다. 임시공휴일 지정이 "결과적으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정세균 총리의 실토가 있었지만 외식, 여행, 공연 관람 등을 장려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한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기독교나 교회에 돌리는 정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이른바 광화문 집회 이전에 이미 확산세가 시작됐음은 위에서 본 대로다. 전광훈 목사나 특정 교회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횡설수설, 좌충우돌하는 전 목사의 발언은 차마 설교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일부러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등 비상식적인 태도도 비판을 자초할 뿐이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일부 사례를 교회, 기독교, 기독교인 전반에 대한 비난과 혐오로 연결짓는 것이다. 거의 모든 교회는 이미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비대면 예배를 실시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일원으로서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인식 역시 당연하다.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교회 사례로 보도되는 것도 비대면 예배가 어려운 노년층 참석자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발열체크, 마스크 착용, 거리 유지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려 노력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정부가 방역실패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교회를 희생양으로 삼아 공격하는 것이라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회를 코로나 확산의 주범인 양 공격하는 정부·여당 일각의 태도는 그런 의구심을 키울 수 있다.
'실패학'의 대가 하타무라 요타로 도쿄대 명예교수는 '책임 추궁과 원인 규명을 확실히 구분하라'고 한다. '눈앞의 현상만 보지 말고 근본 원인을 찾아라.' '실패의 책임은 개인보다 조직이 안고 가야 한다.' 하타무라 교수의 조언만 귀담아들어도 이번 사태에서 얻을 게 많지 않을까.
특히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소통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분노의 메시지, 특정인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한 분노를 유발하는 지도자의 메시지는 금물이다. 실패의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시기에 특정 집단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모든 구성원의 자긍심을 북돋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메시지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위기의 때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역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고, 그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정부를 믿고 방역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분노 대신 이런 발언을 한다면 얼마나 멋있을까. 진정한 쇼는 이런 때 하는 것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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