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두고 연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재정당국을 향해 거친 비판을 이어가면서 정치적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을 선점했던 이 지사가 이를 '보편적 복지'를 바탕한 경제정책으로 확장, 진보 색채를 분명히 함으로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차별화로 차기 대선 경쟁 구도를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부총리에게 드리는 5가지 질문'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1370만 경기도민을 대표하여 몇가지 여쭙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는 홍 부총리가 최근 2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전국민 지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자신의 전국민지급 주장을 비판하자 '질의 형식'을 빌려 공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 지사는 Δ코로나19로 인한 소비확대 필요성 Δ선진국의 재정지출 확대 Δ국민 모두가 경제정책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점 Δ선별 지급 또는 보편 지급 모두 총액을 같게 할 수 있다는 점 Δ 지역화폐를 통해 소상공인 매출 지원을 하는 게 경제 회복에 유리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선별 지원보다는 보편 지원이 타당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며 과감한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 지사의 게시글은 질문 형식이지만 내용은 고스란히 재정 여력을 우선시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과 압박으로 채워져 있다.
이 지사는 게시글 말미에 "모든 것을 안다는 전문가의 오만이나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국민의 뜻이라면 따르는 것이 민주공화국 대리인의 의무라고 믿는다"라며 홍 부총리를 직접 저격하기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기준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으로 비치지만, 이 지사가 차기 유력 대권 주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급을 주장하는 또 다른 잠룡인 이 대표에게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이 지사는 전날(2일)에도 "국가부채 0.8% 증가만 감수하면 가계지원, 매출지원, 생산지원을 통해 경제살리기 효과가 확실한데 기재부는 왜 국채 핑계대며 선별지원 고수하는지 정말 의문"이라며 "경제정책과 재정정책의 근거가 되는 통계와 숫자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고 기재부를 비롯해 사실상 선별 지급 주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번 2차 재난지원금 논쟁을 통해 복지정책의 두 갈래인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두고 명확한 노선을 드러내며 이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편적 복지는 기본적으로 보수 진영의 선별적 복지와 대비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이 설령 선별 지급으로 결론이 난다 하더라도 이 지사가 전국민 지급을 자신의 색깔로 굳히는 것은 손해볼 일은 아니다.
마침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이낙연 대표가 선별지급 쪽에 선 만큼 자연스럽게 이 대표와 대비되는 효과를 얻으면서,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경제·복지 정책을 놓고도 이 대표와 대조되는 분명한 자신의 위치를 수월하게 차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재난기본소득은 이 지사의 '시그니처 정책'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에 선제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했고, 결과적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지원금 지급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이 지사는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직후에 "전보다 더 추운 혹한이 오는데, 더 강력한 담요나 최소한 같은 담요를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2차, 3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이 지사로서는 자칫 정부와의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불거질 경우 여권 내 반발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더구나 지금 같은 코로나19 국난 시기에 '당정청 원팀'을 통한 위기 극복이 부쩍 강조되고 있는 만큼 아무리 '소신 발언'이라도 지나칠 경우 '내부 총질' 비판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복지정책, 나아가 경제정책에 대한 이념이라는 큰 틀에서 선별 복지와 보편적 복지는 오래된 논쟁 중 하나인데 대선 레이스에서 주요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보편적 복지가 (민주당의) 당론인 상황에서 이 지사가 주도권을 어떻게 잡을지, 이 대표가 선별지급을 어떻게 설득할지 지켜볼 사안"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