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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체납·출입국 반복' 이유로 출국금지 조치는 부당"

뉴스1

입력 2020.09.03 05:30

수정 2020.09.03 10:07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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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수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수십 차례 출입국을 반복한 사업가에게 출국금지 조치는 정당하다는 원심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출국금지를 하는 것은 공익에 비해 개인이 입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판단에서다.

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조한창 백해빈 신종오)는 한류 컨텐츠 사업가 김모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출국금지기간 연장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 2014년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의 부동산을 매각한 후 양도소득세 4억9371만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2월까지 부가가치세 등 국세 총 7억8822만원을 체납했다.


아울러 김씨는 2008~2016년까지 30차례에 걸쳐 출입국을 반복했는데, 특히 2014년 11월 이후에는 총 9회에 걸쳐 68일간 해외에 체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국세청장 등의 요청에 따라 2016년 9월 김씨에게 출국금지처분을 내린 뒤 계속해서 기간을 연장했다. 김씨가 국세 체납 처분을 회피하고 재산을 해외에 도피시킬 목적으로 출국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김씨 측은 "한류드라마 판권 유통 사업을 하던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국세를 납부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 사건 처분으로 사업을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어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며 지난해 1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김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김씨의 총 체납액 중 양도소득세 체납액은 6억9809만원에 달하는데 지난 2015년 4월 양도소득세를 고지받은 후 현재까지 이를 자발적으로 납부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납부에 대한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어, 체납 세금 납부의지가 높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씨는 2014년 11월 이후 신고된 소득내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별공시지가가 15억에 상당하는 서울 종로구 평창길 소재의 고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며 "김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한류드라마 사업을 영위했고, 사업을 하기 위해 출국해야 하는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당판결에 불복한 김씨는 항소했고, 사건은 서울고법으로 왔다.

항소심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출국금지로써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김씨가 입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서 가혹하다"며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실제 출입국내역을 보더라도, 김씨가 출국금지 직전까지 주로 한류드라마 판권에 관심이 많은 동남아시아 및 일본 지역에 출국했다가 정상적으로 귀국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반면에 위와 같은 출입국 기록이 재산의 해외 도피와 관련있다고 추단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자신의 땅과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나 사업상 어려움으로 고액의 대출이자를 부담한 점, 근저당권자의 신청에 의해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가 수익을 은닉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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