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스키 모멘트' 붕괴 가능성도 거론돼
[파이낸셜뉴스]
미국 주식시장이 3일(이하 현지시간) 폭락세로 마감했다. 시장을 이끌던 기술주가 이날 대규모 급락세를 타면서 주가 지수 역시 동반 추락했다.
전날 사상최고치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가 4% 안팎 폭락했고, 대형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역시 3% 가까이 급락했다.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S&P500지수는 전일비 125.78포인트(3.51%) 급락한 3455.0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98.34포인트(4.96%) 폭락한 1만1458.10으로 주저 앉았다.
기술주 비중이 가장 작아 그동안의 상승장 흐름에서 소외됐던 다우지수도 이날 807.77포인트(2.78%) 급락한 2만8292.73으로 밀렸다.
시장 흐름을 이끌었던 기술주들이 이날 대거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애플 주가가 이날 8% 폭락해 시가총액 1500억달러가 사라졌다.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도 모두 4% 넘게 급락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슈퍼스타로 떠올랐던 테슬라,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 등 역시 각각 9.02%, 9.97%% 폭락했다.
이날 폭락세는 3월 중반 붕괴 이후 55% 상승한 미 주식시장 회복세가 단기 변동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FT는 전했다.
기술주에 편중된 상승세가 취약한 시장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지적들이 많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애플, 아마존, MS, 알파벳, 페이스북 등 5대 기술주의 시가총액 합계는 8조달러에 육박한다.
또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 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배율(PER)은 닷컴 거품 시절에 육박한다. 이들 5개사 평균 PER은 44배로 닷컴거품이 절정에 이르던 시기의 PER인 50배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폭락세는 대체로 탄탄한 상승을 위한 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뱅크오브뉴욕(BNY) 멜론 투자운용의 수석시장전략가 앨리샤 레빈은 "최악의 하루였다"면서도 "기술주 투자 비중이 높은 투자자들에게는 기분 나쁜 날이겠지만 건강한 조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규모 붕괴의 전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RW 어드바이저리 창업자 겸 시장 전략가인 론 윌리엄은 S&P500 지수가 앞으로 20~30%, 또는 그 이상 추락하며 3월 저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미 주식시장이 대규모 붕괴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윌리엄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지금 미 주식시장은 이른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로 알려진 대규모 붕괴 직전에 있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민스키 모멘트란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이름을 딴 용어로 시장이 지속불가능한 강세장을 이어간 뒤 갑작스레 붕괴하는 것을 뜻한다.
윌리엄은 펀더멘털로 보면 미 주식시장이 지금같은 고공행진을 지속할 수 없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의회의 대규모 자금 방출이 시장 상승세를 부추겼다면서 지속불가능한 상승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식시장이 기술주에만 편중된 상승세를 이어온 탓에 시장의 기초체력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서 진작에 파산했어야 하지만 여전히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만연한 것도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윌리엄은 비판했다.
그는 이때문에 미 주식시장이 V자의 급속한 회복이 아닌 추가 붕괴를 거친 뒤 다시 상승하는 W자 회복을 보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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