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여부를 주말에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마스크 착용 관리와 거리두기가 제대로 안 되는 PC텔(PC방+모텔), 개인카페, 패스트푸드점 등 방역망의 구멍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흡연자들 또한 밀폐된 흡연부스나 거리의 흡연구역에서 단체로 마스크를 벗고 있어 집단 감염의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뉴스1>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달 30일 이후 서울시내 PC텔과 개인카페, 흡연부스 등을 확인한 결과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PC방 닫았더니 "PC텔 갈 사람 구해요"
3일 영등포의 한 모텔에 게임 '배그(배틀그라운드)'가 되는 방이 있는지 묻자 게임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늘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대 6명이 PC 게임을 할 수 있는 또다른 모텔도 온라인에서는 예약이 마감된 상태였다.
온라인 숙박 예약 사이트에 '게임' 'PC'로 검색하자 PC방처럼 그래픽카드, 키보드, 모니터 사양을 올려둔 숙박업체들이 주르륵 나왔다. 숙박업체 소개란에는 컴퓨터 모니터 여러개에 게임 시작화면이 떠 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언뜻 보면 PC방으로 오해할 법한 모습이었다.
모텔 소개에 고사양 컴퓨터를 강조해둔 사장 A씨는 "예전엔 넷플릭스 되냐고 많이 물었는데 PC방 영업제한 이후로는 다들 게임되냐고 묻는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배그되는 방을 더 만들 걸 그랬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입장하자 같이 PC텔 갈 사람을 찾는다는 알림이 쉴새없이 울렸다. "괜찮은 곳들은 현장에서 현찰 박치기"라는 글도 있었다. 모텔에서 게임할 때 마스크를 쓰고 하느냐고 묻자 "담배 물고 있어야지 마스크라니"라는 답이 올라왔다.
◇개인카페, 패스트푸드점엔 마스크 안 쓴 손님들
개인카페와 패스트푸드점 중 일부 매장은 손님들의 마스크 착용을 관리하지 않는 데다가 출입명부 작성이나 테이블 간격 유지도 제대로 안하고 있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의 한 개인카페에는 마스크를 쓴 손님보다 안 쓴 손님이 많았다. 손님 7명 중 남성 4명은 마스크를 벗고 매장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혼자 온 남성 1명도 음료가 바닥을 보였는데도 마스크를 안 쓴 채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카운터 안쪽에 앉아 있던 직원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도 마스크를 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매장 내에서 마스크를 써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직원 B씨는 "가급적 쓰고 있는 게 좋다"면서도 "마스크 벗고 너무 크게 대화하면 (마스크를 쓰라고) 이야기하지만, 보통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 카페는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출입명부를 작성하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
지난 2일 성북구의 한 패스트푸드점 2층에서도 중년 여성 2명이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1시간 넘게 목소리를 높여 대화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스크를 안써도 되느냐고 묻자 패스트푸드점 직원은 "먹을 땐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머무르는 2시간 동안 2층에 올라와서 손님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직원은 1명도 없었다.
취재진이 둘러본 결과 개인카페와 제과점, 패스트푸드점 9곳 중 2곳은 출입명부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 않았고, 4곳은 신분증 확인 없이 수기명부를 쓰고 있었다. 테이블 간 거리가 1m 이상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담배 연기, 보는 사람도 피우는 사람도 불안
마스크를 벗고 다 같이 담배를 피우는 흡연구역도 코로나 사각지대다. 온라인 맘카페에는 마스크 벗고 담배 피우는 사람을 신고할 수 없는지 묻는 등 흡연자들을 향한 불안감과 불만이 담긴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흡연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3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 야외 흡연부스에서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로 대화를 나눌 때마다 상대방 얼굴로 담배 연기가 날아들었다. 담배를 다 피운 뒤 급하게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보였다.
비슷한 시간 을지로입구역 롯데백화점 앞 실내 흡연부스에서는 14명이 마스크를 내리고 담배를 피우는 중이었다. 6명은 '턱스크'였고 나머지는 마스크를 어디에 뒀는지 아예 보이지 않았다. 흡연부스 바깥에서도 4명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었다.
흡연자들도 코로나19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을지로입구역 흡연부스에서 나오던 신모씨(39)는 "코로나 때문에 불안해서 2시간마다 피우던 담배를 하루 두 번만 피운다"고 말했다.
흡연부스 입구쪽에서 담배를 피우던 30대 장모씨는 코로나19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흡연부스 안에 안 들어가고 밖에서 피우고 있다"고 답했다. 근처에 있던 황모씨(44)도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담배를 피웠다고 했다. 그러나 흡연부스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의 간격도 1m가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흡연부스는 밀폐된 공간이라 환기가 안 된다"며 "기침, 재채기하면서 담배를 피울 텐데 그럼 비말이나 에어로졸이 많이 배출되고 오염된 상태로 둥둥 떠다니기 때문에 그 뒤에 부스에 들어간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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