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연대, 용역 선정과정 의혹 제기…일부 용역 표절률 47%
【파이낸셜뉴스 제주=좌승훈 기자】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의 과거 용역 수주 특혜 논란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가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조사를 공식 요구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7일 김 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우리들의미래가 제주테크노파크 등에서 예산을 받아 진행한 용역과 관련해 선정과정의 타당성과 용역 결과물의 적절성에 대해 감사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현행 학술용역 관리조례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은 제주도 학술용역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김 원장이 관여해 진행한 학술용역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자출연기관에 공기업 대행 사업비 등의 방식으로 진행했다”면서 “과정도 문제지만 용역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보고서 자체가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함량미달의 대표적 예산 낭비 사례인 만큼, 감사위 차원에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민간업체에 의뢰해 ‘글로벌 에코플랫폼 지역확산 연구 용역’(2017년) 보고서를 ‘제주 CFI(카본 프리 아일랜드) 실현을 위한 추진 전략 연구 용역’(2016년)과 대조한 결과, 표절률이 최대 47%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제주테크노파크가 발주한 2017년 용역은 1억6900만원이 투입돼 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이 단체는 또 ‘글로벌 에코플래폼 지역 확산 연구’ 용역의 공동 참여자로 이름을 올린 김 원장은 용역 참여 대가로 4개월 동안 2000만원 정도가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지만, 본문은 145쪽에 불과해 실제 연구 참여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주에너지공사 ‘그린빅뱅’ 관련 용역의 경우, 김 원장은 당초 50%에서 중간에 70%로 투입률을 변경했다”면서 “이 보고서도 기존 자료를 재가공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김 원장이 실제 용역 참여부분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김 원장이 참여한 학술용역 보고서는 그동안 제주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부실 덩어리 그 자체”라며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임명을 감행한 만큼, 그동안 도민들의 세금을 낭비한 부분에 대해서도 도감사위 차원의 추가적인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8월26일 '부적격' 의견을 담은 '제주연구원 원장 예정자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행정자치위는 김 예정자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 원희룡 제주도정이 용역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용역 결과물의 부실함 등을 지적했다.
김 원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매일경제와 SBS 기자를 거쳐 청와대 미래비전비서관·녹색성장기획관을 역임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초빙 교수와 글로벌 전략연구소 지속발전센터장으로 활동해왔다. 김 원장의 임기는 2023년 8월31일까지 3년이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