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향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추석 눈치게임' 시작됐다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08 17:49

수정 2020.09.08 18:31

열차표 전체 좌석 50%만 판매
예매 불편에 귀성 포기자 속출
명절모임 참석 강요 어르신에
이동 제한 국민청원까지 등장
추석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8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시민이 인터넷을 이용해 승차권 예매를 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추석 승차권 예매는 9일까지 양일간 PC와 모바일로 가능하다. 뉴시스
추석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8일 오전 대구 수성구 한 시민이 인터넷을 이용해 승차권 예매를 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추석 승차권 예매는 9일까지 양일간 PC와 모바일로 가능하다. 뉴시스
#1. A씨(32·여)는 지난 7일 결국 친정행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다. 남편이 명절에만 길게 쉴 수 있는 터라 그동안 명절을 이용해 친정을 찾았던 A씨는 코로나19로 친정나들이를 포기했다.
A씨는 "시댁은 같은 동네라 2주에 한 번 정도 찾았지만 친정은 올해 아기가 태어나 꼭 가보고 싶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2. 생후 7개월된 아기를 돌보는 B씨(30·여)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시댁을 방문할 생각에 걱정이다. 시댁은 명절이면 전국 각지에서 40~50명이 모여서 인사를 나누는 가풍이 있어서다. B씨는 "코로나19도 심각하고 아기도 너무 어려서 모이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고 어른들께 말씀드렸더니 불호령이 떨어졌다"며 걱정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귀향 여부를 놓고 '눈치게임'이 시작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연휴 귀성 자제를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에도 코로나 감염여부를 걱정하는 이들의 고민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절반 기차표에 서버 일시 먹통


8일 한국철도(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경부선부터 시작된 추석 열차 승차권 예매는 전체 200만 좌석의 50%인 창가좌석만 구매가 가능했다. 당초 200만 좌석도 명절에는 예매가 쉽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예매를 포기해버린 사례도 속출했다.

부산이 고향인 회사원 강모씨(32)는 "예매 시작이 오전 7시부터 였는데 트래픽이 초과된 건지 사이트 서버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돼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안됐다"며 "이후 1만2000번째로 접속이 됐는데 15분 정도 기다렸더니 원하는 시간대는 아니지만 표를 구할 수는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보다 예매가능한 좌석 수가 적었던 탓인지 주변에서는 예매를 실패해서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본다는 지인들도 여럿 있었다"고 했다.

직장인 최모씨(31·여)는 "이번 명절은 코로나19도 있고, 기차표 예매도 평소보다 너무 어려워 내려가지 못할 것 같아 명절이 지나고 따로 인사드리러 가기로 했다"며 귀향 포기를 일찌감치 결정했다.

"명절 이동 자제하고 싶어도…"


귀향 눈치게임을 반영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명절에 이동제한을 시켜달라는 청원 등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추석 명절 기간 락다운(Lock-Down·이동제한)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청원글에 5만73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추석 기간 중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친지 간 방문, 타지 형제들의 회합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각 가정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명절 활동을 자제하고 싶어도 주위 어른들, 부모들이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명절 모임 참석을 강요하는 예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 이번 추석 명절이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일부 비난이 있더라도 공익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전국민 이동 벌초 및 추석 명절모임을 금지 시켜달라'는 청원글도 같은 시각 3만3300여명이 동의에 참여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최근 '추석 방역대책'을 발표하고 온라인 성묘 서비스와 벌초대행 서비스 이용을 거듭 권유했다.
중대본은 "추석 명절에 이동 자제를 권고하는 게 많은 국민에게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명절은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집에서 쉬는 것을 꼭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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