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컴퓨터 펜으로 그린 '찰나의 자연' [이 전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0 18:28

수정 2020.09.10 18:28

소울스(Souls)
뉴미디어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 展
내달 31일까지 리만머핀·리안갤러리서
제니퍼 스타인캠프 '태고의 1'(2020년) 리만머핀갤러리 제공
제니퍼 스타인캠프 '태고의 1'(2020년) 리만머핀갤러리 제공
"나는 나무가 바람에 움직이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나는 우리가 자연에서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의 능력에도 매료됐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꽃들이 흔들린다. 나무에 바람이 불고 줄기와 가지가 바람에 따라 춤을 춘다. 불이 꺼진 어두운 지하의 공간에는 수 분 사이에 한 나무의 사계절이 지나간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메마른 가지에 싹이 틔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다가 잎과 함께 우수수 떨어진다.

1958년 미국 덴버에서 태어난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했던 시기에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을 다니며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그림을 그리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30여년 넘게 3D 애니메이션과 뉴미디어를 이용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가 지금 흔히 보며 쉽게 생각하는 웹 디자인의 선구자인 셈이다. 그의 작업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미디어 프로그램은 늘 언제나 세대를 앞선 가장 최신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가 그림을 그려내는 방식은 아날로그적이고 또 대상은 자연에 맞닿아 있다.바람에 흔들리는 자작나무 숲, 물 속에서 솟아오르는 기포들과 함께 부유하는 꽃잎과 나뭇가지들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컴퓨터 펜으로 수없이 많은 도상을 그려냈다. 전시를 할 때마다 작품이 쏘여지는 공간의 구조와 벽의 높이를 계산해 작품의 크기를 새로 조정하면서 그 장소에 가장 잘 맞는 최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의 미술 세계를 구현하는 한 과정이다.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시작과 끝이 없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한 순환을 꿈꾸며 경계를 지운다.그래서 작품을 응시하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혹 작품의 찰나를 포착한다 해도 그 작품은 그 자체로 전부가 된다. 사실 그곳에 자연적인 것은 하나도 없지만 관람객들은 그 안에서 자연 속을 거니는 사색자가 된다.
'소울스(Souls)'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서울 안국동 리만머핀과 창성동 리안갤러리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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