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기후변화가 숲을 망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2 08:30

수정 2020.09.12 08:29

숲속. 게티이미지 제공
숲속.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기후변화가 나무를 더 빨리 자라게 한다는 사실을 국내외 과학자들이 잇따라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식물이 빨리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때 숲을 망치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기후변화를 더 가속화 해 지구환경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유라시아와 북미 지역 식물들의 다른 선택
식물들이 지역에 따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게 나타났다.

유라시아 지역의 식물은 기후변화를 겪으면서 성장과정이 지나치게 빨라지지 않도록 초봄 잎이 나오는 시점을 앞당겨 성장 속도의 변화를 완화시켰다. 반면 북미 식물은 유라시아 식물처럼 완화전략을 보이지 않았으며 기후변화에 따라 생장속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와, 박훈영 박사 연구팀은 위성 관측으로 육상 생태계 분석을 통해 지난 40년간 기후변화가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식물 성장을 빨라지게 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혔다.

연구진은 1982년부터 2016년까지 35년간 북반구 중위도 및 고위도 지역의 위성 관측 자료를 활용했다.
봄철 식물이 자라나는 속도, 즉 식물 성장 속도를 계산하고 그 장기적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온, 일사량, 강수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 식물이 자라는 속도와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 기후변화가 봄철의 식물 성장 속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밝혀냈다.

연구결과는 기후변화, 특히 기온 상승 및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고위도 냉대림 및 초원에 분포하는 식물의 성장을 빠르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빠른 식물 성장은 식물 활동의 강화, 즉 탄소 흡수 능력, 증발산량 등 식물-기후 상호작용이 기후변화에 따라 더욱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결과가 향후 지속될 기후변화에 따라 고위도, 특히 북미 북부 지역의 식물 생장 과정, 그리고 이와 연관된 식물-기후 상호작용이 매우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무성장속도. 서울대 정수종 교수 제공
나무성장속도. 서울대 정수종 교수 제공
■이산화탄소 적게 흡수하는 나무만 남을지도
해외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숲속 나무의 생태계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나무들이 빨리 자라서 그만큼 수명이 짧아진다 는 것이다.

영국 리즈대학교 지리학과 로엘 브리넌 박사팀과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환경산림생물학과 스티브 보엘커 박사팀은 거의 모든 종의 나무에서 빠른 성장이 짧은 수명과 연관돼 있으며 기후나 토양에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남극과 아프리카를 뺀 모든 대륙의 나무 110종의 나이테 자료 20만여건을 살펴봤다. 로엘 브리넌 박사는 "나무가 빠르게 자라고 일찍 죽는 경향이 흔하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이 현상은 열대 나무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종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급격한 온난화가 봄철 기온을 상승시켰고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서 식물 성장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식물 성장속도가 빨라지면 농작물 수확에 이로울 수도 있겠지만 지구 전체를 고려한다면 심각한 문제다.

연구결과 나무는 빨리 자라고 빨리 죽으면 기온이 기온이 올라갈수록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숲의 탄소 수용력이 줄어들 수 있다.

나무는 따뜻할수록 성장 속도가 빨라 최대 크기에 도달하는 기간이 짧아진다. 이는 나무가 더 빨리 죽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나무는 가뭄, 질병, 해충 등에 더 취약할 수 있다. 또 나무가 죽으면 저장했던 이산화탄소를 점차 온실가스인 메탄 형태로 방출한다.


스티브 보엘커 박사는 "미래 숲은 성장이 더뎌 오래 사는 나무가 빨리 자라 일찍 죽는 나무로 대체되면서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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