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가 126년 만에 동학을 다시 불러들였다. 국내 증시에서다. 올 초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주식을 팔며 급락세가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면서 증시를 떠받쳤다. 하락장이 본격화됐던 올 1~3월 이들이 사들인 주식물량만도 20조원을 넘었다. 마치 외세에 대항하던 동학농민운동과 비슷하다하여 동학개미란 이름이 붙었다.
동학개미는 진화를 거듭했다. 일부가 애플·테슬라·구글 등 미국 대형 기술주로 몰렸다. 바로 해외주식을 직접 사는 개인투자자, 곧 서학개미들이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가 애플과 테슬라 두 종목을 사들인 금액만 수조원에 이른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알파벳(구글 지주사) 등 내로라하는 기술주는 죄다 서학개미의 투자 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요 며칠 새 나스닥 지수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서학개미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실물경제가 바닥을 친 것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은 또 다른 배경이다. 젊은층 사이에선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 돌 정도다. 투자 붐은 군 부대에까지 번졌다. 내무반에서 휴대폰으로 주식 투자하는 '병정개미'도 꽤 많다. 개미박사로 널리 알려진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개미는 이 지구에 우리보다 훨씬 먼저 출현했고, 아마 큰일이 없는 한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개미제국의 발견')이라고 말한다. 돌연 증시에 나타난 동학·서학·병정개미는 어떨까.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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