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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서학개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3 18:01

수정 2020.09.13 18:01

200여년 전 조선에 들어온 서학(西學·천주교)은 제사를 금하는 등 조선의 고유 풍속과 맞지 않았으나 평등사상과 내세신앙을 기반으로 점차 민간에서 세력을 확장했다. 넓게 보면 서학은 서양식 기술과 사상체계 전반을 지칭한다. 몰락한 양반 최제우가 1860년 민간신앙과 유교·불교·도교를 합쳐 동학(東學)을 만들었다. 이후 1894년 동학교도 전봉준이 중심이 된 반외세·반봉건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으로 진화한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가 126년 만에 동학을 다시 불러들였다.
국내 증시에서다. 올 초 코로나 사태로 외국인 투자가가 국내 주식을 팔며 급락세가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면서 증시를 떠받쳤다. 하락장이 본격화됐던 올 1~3월 이들이 사들인 주식물량만도 20조원을 넘었다. 마치 외세에 대항하던 동학농민운동과 비슷하다하여 동학개미란 이름이 붙었다.

동학개미는 진화를 거듭했다. 일부가 애플·테슬라·구글 등 미국 대형 기술주로 몰렸다. 바로 해외주식을 직접 사는 개인투자자, 곧 서학개미들이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가 애플과 테슬라 두 종목을 사들인 금액만 수조원에 이른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알파벳(구글 지주사) 등 내로라하는 기술주는 죄다 서학개미의 투자 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요 며칠 새 나스닥 지수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서학개미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은 이례적이다. 코로나19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실물경제가 바닥을 친 것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것은 또 다른 배경이다. 젊은층 사이에선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 돌 정도다.
투자 붐은 군 부대에까지 번졌다. 내무반에서 휴대폰으로 주식 투자하는 '병정개미'도 꽤 많다.
개미박사로 널리 알려진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개미는 이 지구에 우리보다 훨씬 먼저 출현했고, 아마 큰일이 없는 한 우리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개미제국의 발견')이라고 말한다. 돌연 증시에 나타난 동학·서학·병정개미는 어떨까.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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