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전체 수입량 중 14% 독일산 줄어들면 미국산 돼지고기 늘어
- 시진핑 주석과 메르켈 총리 화상 정상회의 이틀 전 수입 금지령 발표
- 시진핑 주석과 메르켈 총리 화상 정상회의 이틀 전 수입 금지령 발표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이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발견됐다며 독일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독일이 홍콩 국가보안법과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 등을 비판한 이후 이런 조치가 나왔다. 반면 중국에게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이라는 숙제를 내준 미국은 반사 이익을 얻게 됐다.
14일 SCMP에 따르면 중국 관세청과 농업부는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가 ASF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이후 지난 12일 이 같은 금지령을 발표했다.
독일은 1년에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 상당의 돼지고기를 중국에 수출해오고 있다. 중국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의 14%가 독일산이다. 올해는 1~4월에만 4억2400만유로(약 5970억원) 상당의 돼지고기를 중국에 팔았다. 작년 동기와 비교해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내에 ASF가 확산되면서 돼지고기 품귀 현상이 빚어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독일이 중국에 판매하는 돼지고기에는 유럽에서 거의 먹지 않는 돼지 귀와 발, 꼬리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독일 농민들은 중국의 수입금지 조치에 강한 우려는 나타내고 있으며 전체 지역이 아니라 ASF 사례가 발견된 지역의 돼지고기만 수입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CMP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의 화상 정상회의가 예고된 14일(현지시간)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달 초에는 독일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이 홍콩 보안법 등을 놓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비판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마스 외무장관은 유럽을 순방 중인 왕이 국무위원과 회담 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홍콩 보안법 철회와 신장 지역에 대한 국제감시단 방문을 촉구했다. 홍콩 보안법과 신장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다. 마스 외무장관은 아울러 체코 국회의장단의 대만 방문을 경고한 왕이 국무위원의 발언을 지적하기도 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당시 주요 외신은 보도했다.
반면 중국의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금지로 미국과 스페인, 캐나다, 브라질 등 다른 돼지고기 주요 공급업체는 반사 이익을 볼 것으로 SCMP는 예상했다. 미국의 돼지고기 선물시장은 지난 이틀 동안 중국의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를 기대하면서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이면 1단계 무역합의 이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올해 1월15일 1단계 미·중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향후 2년 동안 농산물을 비롯한 미국산 제품을 2017년 대비 2000억달러(약 237조9000억원) 늘린다고 약속했다.
양국 갈등 고조로 1단계 무역합의 파기설이 떠오르던 지난달 말에는 양국 무역대표단들이 만나 성실한 이행을 확인했다.
하지만 중국의 이행 수준은 미국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중국이 6월까지 수입한 미국산 제품 규모가 333억달러로 올해 목표치의 47%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심이 몰려 있는 농산물의 경우 중국 수입액은 9.3%(1·4분기 기준)에 그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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