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긴급출동 막는 불법주차 차주, 소방차 수리비 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5 17:19

수정 2020.09.15 17:28

불법주차 ‘강제 처분’ 사례 전무
소방차 수리할 예산 없어 무용지물
‘소방기본법 일부개정안’에 주목
긴급출동 중인 소방차가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제로 밀고 나갈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적용된 사례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손된 소방차를 수리할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소방차 수리비를 불법 주정·차 차주에게 부담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제도 실효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이같은 내용의 '소방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소방출동을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밀고 나가다가 파손된 소방차량의 수리비를 해당 차주에게 부담토록 하는 내용이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민간 소유물에 대해 '강제 처분' 할 수 있다. 인명구출 등을 위해 현관문을 강제로 열거나, 연기 배출을 위해 창문을 깨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긴급 출동을 지연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2004년 '소방차 통행에 방해가 되는 주·정차 차량의 강제처분'이 조항으로 명시됐다.

소방청 화재통계연감을 보면 불법 주·정차 문제로 소방차와 장비 진입이 늦어져 피해가 커진 사례는 2017년에만 147건에 달했다.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당시 아파트 진입로 양옆에 세워진 20여대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10분 이상 현장에 진입하지 못해 사망 5명, 부상 125명의 큰 피해로 이어졌다.

현장 소방관을 대상으로 한 소방청의 설문조사도 같은 결과를 내놨다. 응답자의 59.8%가 '강제처분 필요 상황'으로 주·정차 차량이나 장애물을 이동해야 할 때를 꼽았다.

이같이 강제처분 필요성이 높지만 현장에서 실제 집행된 사례는 전무하다. 강제처분 과정에서 파손된 소방차 수리에 드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서다. 파손된 불법 주·정차 차량은 소방당국이 손실보상을 해줄 필요가 없는데도 소방관들이 강제처분에 소극적인 배경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실제 집행 사례가 없다"며 "실수로 사고를 내면 보험사가 배상 해주지만 강제처분은 고의적으로 사고를 낸 걸로 간주돼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정문 의원도 "소방차 수리, 복구 비용은 제거 또는 이동 대상 차량 및 물건의 사용자가 부담하도록 해 소방 예산의 과도한 집행을 방지하고 불법주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소방청은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강제처분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실효성 확보 방안을 연내 마련키로 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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