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집단지성을 대변할 때도 있다. 지난해 홍콩을 뜨겁게 달군 노란우산 시위는 2014년 홍콩 민주화시위 우산혁명에서 비롯됐다. 2018년 유류세 18% 인상안이 시발점이 된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도 있다. 아르헨티나 어머니회의 흰두건은 반독재·민주화 투쟁의 상징이다.
정당에도 저마다 상징 색이 있다. 보수적인 미국 공화당은 빨강, 진보적인 민주당은 파랑이다. 이는 언론사 편의에 따른 분류라고 한다. 반대로 영국에선 진보 노동당이 빨강이고, 보수당은 파랑이다.
한국 정당의 '색깔의 정치사'는 유별나다. 얼마 전 당명을 바꾼 제1야당 국민의힘은 빨강, 파랑, 노랑 삼원색 당색을 선보였다.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연한 톤의 분홍을 사용했다. 직전 자유한국당의 빨강이 너무 강성 이미지여서 젊은 층과 중도 흡수 등을 위해 한 톤 낮은 분홍을 택했다. 그 전까지 보수계열 정당은 주로 파랑이었다. 1981년 민정당부터 2012년 한나라당까지 30년 넘게 파랑을 쓰다 2012년 새누리당을 창당하며 처음 빨강을 썼다. 여당인 진보 더불어민주당은 2013년부터 혁신·소통을 의미하는 파랑을 사용 중이다.
주로 선거 직전이나 정치적 이유로 '헤쳐모여'를 통해 세력을 재편할 때 창당과 함께 색을 바꾼다. 정작 유권자에게 중요한 건 정당이 무슨 색을 쓰느냐보다 어떤 알맹이 있는 정책을 펴느냐가 아닐까.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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