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저축은행들이 내년 4월 서비스를 목표로 오픈뱅킹 시스템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오픈뱅킹은 앱 하나로 자신의 모든 금융사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시중은행 고객들이 언제든지 금리가 더 높은 저축은행 예금계좌에 자금을 넣어둘 수 있고 필요할 때 시중은행 계좌로 옮길 수도 있게 된다.
저축은행들은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규제를 받고 있는 만큼 그동안 타 금융업권이나 ICT기업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고객 접근성을 높여왔다. 그러나 오픈뱅킹 서비스가 도입되면 고객과의 접점이 확대돼 시중은행이나 카드사 등 타 금융업권에 의존하지 않고도 고객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6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오픈뱅킹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 공고를 냈다. 이달 말 구축 작업을 들어가 연말까지 대부분 마무리한 뒤 보완기간을 거쳐 4월부터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 일부 대형 저축은행은 자체 전산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저축은행 대부분은 중앙회의 전산망을 거쳐서 금융결제원과 연결돼 있다.
저축은행들은 오픈뱅킹이 시작되면 시중은행 고객들이 대거 유입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6월 말 기준 오픈뱅킹 가입자 수는 4096만명(계좌등록 6588건)에 달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을 통해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1금융권과 연계해서 자금 이동이 자유롭고 안정성도 보장된다면 예·적금리가 더 높은 저축은행으로 고객이 유입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시중은행과 달리 고객 수가 많지 않은 저축은행들은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업권 밖의 금융사나 기업과 연계를 해왔다. 저축은행중앙회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제휴를 맺고 이달 4일부터 저축은행의 보통예금계좌를 네이버페이에 연계해 간편 결제·송금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저축은행중앙회는 토스와 카카오페이, 페이코와도 연계한 간편 결제·송금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지난 5월 SBI저축은행이 신한카드와 연계해서 최고 연 6.0%의 적금을 출시한 주요 이유도 전용모바일앱인 '사이다뱅크'로 고객이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수많은 규제에 둘러싸인 저축은행들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사업영역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제약이 덜한 타 금융권이나 ICT업체들과 협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협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업권 간 가로막고 있는 벽이 허물어지게 되는 것인데 당연히 접근이 쉬워져 고객 수도 크게 늘어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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