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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오마이걸 유아, K팝의 자연주의…'본 보야지'

뉴시스

입력 2020.09.16 08:52

수정 2020.09.16 08:52

[서울=뉴시스] 오마이걸 유아. 2020.09.07.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오마이걸 유아. 2020.09.07. (사진 = W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가끔 아이돌은 (타인으로부터) 발견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룹 멤버에서 솔로 활동을 병행할 때 그럴 가능성이 크다. 데뷔 5년 만에 첫 솔로 앨범 '본 보야지(Bon Voyage)'를 발매한 그룹 '오마이걸' 유아(25·유시아)가 좋은 예다.

유아는 첫 솔로앨범이라고 무조건 작정하지 않는다. 은은하다. 타이틀곡 '숲의 아이'는 무대, 뮤직비디오 모두 콘셉트의 축복이다. '자연에서 온 야생 소녀' 혹은 '숲의 전령사'를 표방하는데, 일본 거장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가 언뜻 떠올리기도 한다.

생태주의를 너머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인문학적으로 탐색한 이 수작 애니메이션은 관객을 신화의 세계로 초대한다.
유아의 '숲의 아이'는 이걸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유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통해, 21세기 K팝 식으로 변주한다.

무심한 듯 표정을 짓고 있지만 몸짓은 물처럼 유연한 리듬감. (모노노케 히메 속 늑대를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늑대가 초반에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는 유아의 질주를 따라 대자연 품으로 파고든다.

K팝 아이돌의 도회적인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자연주의로 지평을 넓히는 힘. 그건 유아의 유연함이다. 몽환적인 정서가 바탕인데, "다들 꿈이라고 해 금방 깨어날 거래"라고 읊조리는 4번 트랙 '자각몽'과 투명하게 연결된다.

[서울=뉴시스] 유아 '숲의 아이' 뮤직비디오. 2020.09.15.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유아 '숲의 아이' 뮤직비디오. 2020.09.15. (사진 =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그런데 그 몽환성은 폐쇄적이지 않다. "왜 난 혼자 생생해 그냥 즐겨볼까 해. 실컷 뛰놀래 여긴 내 맘대로 돼. 탁 트인 들판 위 달리고 뛰어 숨차게.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라는 유아의 꿈같은 주술적 가창에 자유로워진다.


이번 유아의 앨범 제목 '본 보야지(Bon Voyage)'는 '여행 잘 다녀오세요'라는 뜻. 유아의 자유로운 모험은 이제 시작이다. 여행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트로피컬 분위기의 '날 찾아서', 기분을 무의식 깊은 곳에서 유영하게 만드는 R&B '다이버', 깔끔한 팝 발라드 '엔드 오브 스토리(End Of Story)'까지 앨범을 꽉 채운 유아의 다섯 트랙을 연이어 듣다보면 그 여행은 종결이 아닌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나는 찾아가려 해 신비로운 꿈. 멀리 세상 저편에 날 기다리는 숲."('숲의 아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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