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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이 사라진 시대…묵묵한 '날것' 한교원, 진짜 날개가 되다

뉴스1

입력 2020.09.16 15:18

수정 2020.09.16 15:18

15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전북현대 한교원이 골을 성공시키고 바로우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0.9.15/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15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전북현대 한교원이 골을 성공시키고 바로우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0.9.15/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15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전북현대 한교원이 골을 넣고 구스타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0.9.15/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15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의 경기에서 전북현대 한교원이 골을 넣고 구스타보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0.9.15/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이태호 선배처럼 골문 앞에서 확실한 결정력을 갖춘 골잡이가 사라지고 변병주 감독처럼 시원하게 내달리는 윙어가 보이지 않는다. 수비 한두 명 쯤은 확실하게 제치는 기술 좋은 공격수도 없고 힘과 높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장신 스트라이커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어필할, 특화된 장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 대형 스트라이커 계보의 적자로 꼽히는 황선홍 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과거 전한 견해다. 황 감독 뿐 아니라 많은 축구인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으로 "두루두루 잘하는 선수들은 많은데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를 지닌 이들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멀티 능력'만이 정답으로 받아들여지던 때가 있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갈고 닦는 노력 대신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졌는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꽤 늘어났으나 동시에 밋밋한 선수들도 많아졌다.

그런 측면에서 전북현대의 측면 공격수 한교원(30)은 특이한 케이스다.
특징이 사라지는 시대에 자신만의 색깔로 승부를 걸고 있는 흔치 않는 외골수다. 주위의 왈가왈부에도 흔들림 없이 지닌 장점을 갈고닦은 한교원이 데뷔 10년 만에 다시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전북현대가 지난 15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1라운드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불리던 중요한 승부를 잡아낸 전북은 14승3무4패 승점 45점이 되면서 선두 울산(14승5무2패 승점 47)을 2점차로 바짝 추격하게 됐다. 어려워보이던 4연패 가능성을 지핀 주역이 한교원이다.

한교원은 1-0 불안하게 앞서고 있던 후반 18분, 바로우가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보낸 크로스를 빠르게 마무리 지어 추가골을 터뜨렸다. 실상 경기 시작과 동시에 나온 바로우의 선제골 역시 한교원의 기록되지 않은 도움이 있었다.

바로우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울산 골문 쪽으로 낮게 공을 보냈고 이것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뛰어난 조현우 골키퍼가 맥없이 방향을 잃었는데, 공과 비슷한 스피드로 문전으로 쇄도하던 한교원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득점이 나온 두 장면을 포함, 한교원은 시종일관 빠른 스피드로 울산의 측면을 괴롭혔다. EPL 출신 윙어 바로우의 퍼포먼스에 쿵짝을 맞추는 날갯짓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어느덧 시즌 10호골. 호화군단 전북 내에서 최다득점이자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제2의 전성기라는 표현도 무리가 아닐 활약이다.

사실 한교원은 호불호가 엇갈리는 플레이어였다. 빠른 주력을 앞세운 돌파 능력은 매력적이지만 이후 플레이의 세밀함 혹은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잖았다. 호평과 혹평이 공존했다.

지난 2011년 인천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데뷔해 '인천의 날개'로 3시즌 활약한 한교원은 당시 전북을 이끌던 최강희 감독(상하이 선화)의 눈길을 사로잡아 2014시즌을 앞두고 최고의 팀으로 이적했다. 이후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인정받아 대표팀도 넘나들었다.

그렇게 비단길을 밟는 것 같았던 한교원이지만 기대만큼 성장은 아니었고 이후 평범한 공격수라는 인식이 강했다. 빠르기는 한데, 무언가 아쉽다는 게 중론이었다. 어지간한 선수들이라면 자신이 부족한 무엇을 채우려다 밋밋해지고 혹은 자책과 함께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는 갈림길이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어설프게 무엇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지 않은 채 내버려뒀고 한교원 역시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특유의 성실하고 선한 성격이 이런 담금질을 도왔는데, 이제 결실이 나오고 있다.

중국으로 떠난 로페즈와 상주상무에 입대한 문선민 등 화려한 윙어들이 빠진 게 2020년 전북현대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 실제로 측면의 무게감이 과거에 비해서는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이 선두권을 유지하고 이제 역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것은 원석과 같던 '날것' 한교원이 진짜 날개가 된 덕분이다.


공격수들의 '특징'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 속에서 한교원의 비상은 의미가 있다. 상대 마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화끈한 드리블은 그대로인데 이제 스스로 골을 결정지을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우당탕탕 달리다 끝나던 한교원이 어느새 '스페셜 윙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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