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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가진 마음의 병, 혹시 자녀에 폭력으로 풀고있진 않나요[아동학대 더이상은 안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6 16:51

수정 2020.09.16 17:21

3부 아동학대 근절책 찾아라- 4 정신건강에 행복 달렸다
대부분 학대 가정내에서 발생
부모의 우울증·분노장애도 원인
신체적 가해, 뇌 발달에 악영향
자살·ADHD 등 부작용 낳을수도
"학대기간 길수록 회복 오래걸려
가족 함께 치료받으면 효과좋아"
부모가 가진 마음의 병, 혹시 자녀에 폭력으로 풀고있진 않나요[아동학대 더이상은 안된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아동학대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세계 37개국 아동과 성인 2만563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삶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휴교 전 8%에 머물던 아동학대 신고 비율이 봉쇄 이후 17%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학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집계한 2018년 기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건수는 총 3만6416건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6.6% 증가한 규모다.
이 중 응급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1187건,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3만2345건이었다.

■아동학대, 아이발달 저해요소

아동학대는 아이의 발달저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어린이의 발달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데 단계별 발달과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다음 단계의 발달로 진행될 수 있다"며 "특정 시기의 발달에 결함이 생기면 이후에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보상해도 원래의 시기로 되돌려서 만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임된 아동에게서는 '성장 실패'가 관찰된다. 부적절한 양육으로 인한 적절한 영양섭취 부족으로 체중이 증가하지 못하고 성장이 지연되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 대개 체중과 신장이 3퍼센타일(100명 중 하위 3명) 이하에 속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병원 입원 및 치료 등을 통해 적절한 보살핌을 받으면 상당한 정도로 회복될 수 있다.

또 신체손상도 발생하게 된다. 맞아서 생긴 피부에 멍든 상처부터 물린 자국, 회초리나 벨트에 의한 자국, 목 졸린 흔적, 피부결손 및 자상, 신체 일부의 변형, 화상, 골절·치아 골절, 안구 출혈, 기타 내부장기 파열, 두뇌 손상까지 매우 다양하다. 영아의 경우 흔들린아이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동기의 심한 신체적·정신적 외상 경험은 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학대와 방임은 아동기 외상의 가장 심한 형태로 스트레스 관련 생리적 반응을 나타내는 신경내분비, 교감신경을 비정상적으로 흥분시킴으로써 정상적 뇌 발달을 저해한다. 학대 피해아동을 대상으로 한 뇌 영상 연구들에서 전체 뇌 용적 감소, 뇌실 확장, 뇌량 감소가 보였다.

특히 뇌 크기 감소는 학대가 어린 나이에 시작될수록, 학대기간이 길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학대아동의 경우 가장 큰 특징이 무력감이다. 이들은 평소 슬프고, 기가 죽고, 자기 멸시에 빠진다. 반복적인 처벌, 구타, 위협으로 인해 아이가 실제로는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벌 받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결국 부정적인 자기개념을 갖게 된다. 우울, 불안과 같은 증상도 발생한다.

또 공격성으로 인해 또래 아이들과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학교생활에도 부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자살 시도·위협, 자해행동 등을 보이기도 하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반항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김 교수는 "아동의 학대기간이 길 경우에는 아이가 학대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치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도와줄 수 있는 적절한 어른이 있는 경우, 인지적으로 정상인 경우, 초기에 발견돼 차단된 경우, 가족이 모두 치료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치료 예후가 좋다"고 설명했다.

■학대부모, 교육으로 교화 가능

아동학대는 대부분 부모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부모가 아니더라도 기타 양육자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된 피해아동의 가족 유형은 친부모가족이 1만3546건(55.1%), 친부모가족 외 형태는 8682건(35.3%), 대리양육 형태는 258건(1.0%), 기타는 2118건(8.6%)이었다. 친부모가족 외 형태도 대부분 부모가 학대를 저질렀다. 부자가정 2997건, 모자가정 2865건, 미혼 부·모가정 404건, 재혼가정 1435건이었다. 결국 86.4%가 부모가 저지르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유숙 교수는 "아동학대 피해자의 치료에서 우선시되는 것은 학대하는 환경을 중지시키는 것"이라며 "가정에서 학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경우 처벌받는다고 태도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대가 주로 부모에게 발생하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 의도를 가지고 학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 교수는 "부모들과 얘기해보면 단순한 훈육이라고 생각해 체벌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하지만 어린아이 입장에서는 심한 말도 언어적인 학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체벌도 강도가 세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학대상황을 살펴보면 부모가 우울증이 있거나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데 조절력이 떨어져 이성을 잃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부모의 교육이 아동학대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아동학대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교육을 받거나 해서 정상적인 부모가 되는 것"이라며 "부모가 바뀐다면 아이에게 안전한 환경이 될 수 있고 애착형성도 잘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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