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아동학대 근절책 찾아라- 4 정신건강에 행복 달렸다
대부분 학대 가정내에서 발생
부모의 우울증·분노장애도 원인
신체적 가해, 뇌 발달에 악영향
자살·ADHD 등 부작용 낳을수도
"학대기간 길수록 회복 오래걸려
가족 함께 치료받으면 효과좋아"
대부분 학대 가정내에서 발생
부모의 우울증·분노장애도 원인
신체적 가해, 뇌 발달에 악영향
자살·ADHD 등 부작용 낳을수도
"학대기간 길수록 회복 오래걸려
가족 함께 치료받으면 효과좋아"
16일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세계 37개국 아동과 성인 2만563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삶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휴교 전 8%에 머물던 아동학대 신고 비율이 봉쇄 이후 17%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학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동권리보장원이 집계한 2018년 기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건수는 총 3만6416건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6.6% 증가한 규모다. 이 중 응급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1187건,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3만2345건이었다.
■아동학대, 아이발달 저해요소
아동학대는 아이의 발달저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김효원 교수는 "어린이의 발달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데 단계별 발달과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야 다음 단계의 발달로 진행될 수 있다"며 "특정 시기의 발달에 결함이 생기면 이후에 많은 경험을 제공하고 보상해도 원래의 시기로 되돌려서 만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방임된 아동에게서는 '성장 실패'가 관찰된다. 부적절한 양육으로 인한 적절한 영양섭취 부족으로 체중이 증가하지 못하고 성장이 지연되는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 대개 체중과 신장이 3퍼센타일(100명 중 하위 3명) 이하에 속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하지만 병원 입원 및 치료 등을 통해 적절한 보살핌을 받으면 상당한 정도로 회복될 수 있다.
또 신체손상도 발생하게 된다. 맞아서 생긴 피부에 멍든 상처부터 물린 자국, 회초리나 벨트에 의한 자국, 목 졸린 흔적, 피부결손 및 자상, 신체 일부의 변형, 화상, 골절·치아 골절, 안구 출혈, 기타 내부장기 파열, 두뇌 손상까지 매우 다양하다. 영아의 경우 흔들린아이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동기의 심한 신체적·정신적 외상 경험은 뇌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학대와 방임은 아동기 외상의 가장 심한 형태로 스트레스 관련 생리적 반응을 나타내는 신경내분비, 교감신경을 비정상적으로 흥분시킴으로써 정상적 뇌 발달을 저해한다. 학대 피해아동을 대상으로 한 뇌 영상 연구들에서 전체 뇌 용적 감소, 뇌실 확장, 뇌량 감소가 보였다.
특히 뇌 크기 감소는 학대가 어린 나이에 시작될수록, 학대기간이 길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학대아동의 경우 가장 큰 특징이 무력감이다. 이들은 평소 슬프고, 기가 죽고, 자기 멸시에 빠진다. 반복적인 처벌, 구타, 위협으로 인해 아이가 실제로는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벌 받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결국 부정적인 자기개념을 갖게 된다. 우울, 불안과 같은 증상도 발생한다.
또 공격성으로 인해 또래 아이들과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학교생활에도 부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자살 시도·위협, 자해행동 등을 보이기도 하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반항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김 교수는 "아동의 학대기간이 길 경우에는 아이가 학대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치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도와줄 수 있는 적절한 어른이 있는 경우, 인지적으로 정상인 경우, 초기에 발견돼 차단된 경우, 가족이 모두 치료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치료 예후가 좋다"고 설명했다.
■학대부모, 교육으로 교화 가능
아동학대는 대부분 부모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부모가 아니더라도 기타 양육자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된 피해아동의 가족 유형은 친부모가족이 1만3546건(55.1%), 친부모가족 외 형태는 8682건(35.3%), 대리양육 형태는 258건(1.0%), 기타는 2118건(8.6%)이었다. 친부모가족 외 형태도 대부분 부모가 학대를 저질렀다. 부자가정 2997건, 모자가정 2865건, 미혼 부·모가정 404건, 재혼가정 1435건이었다. 결국 86.4%가 부모가 저지르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유숙 교수는 "아동학대 피해자의 치료에서 우선시되는 것은 학대하는 환경을 중지시키는 것"이라며 "가정에서 학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경우 처벌받는다고 태도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분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대가 주로 부모에게 발생하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 의도를 가지고 학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 교수는 "부모들과 얘기해보면 단순한 훈육이라고 생각해 체벌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하지만 어린아이 입장에서는 심한 말도 언어적인 학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체벌도 강도가 세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학대상황을 살펴보면 부모가 우울증이 있거나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데 조절력이 떨어져 이성을 잃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부모의 교육이 아동학대를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아동학대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교육을 받거나 해서 정상적인 부모가 되는 것"이라며 "부모가 바뀐다면 아이에게 안전한 환경이 될 수 있고 애착형성도 잘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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