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니메이션 아닌 실사판 영화 뮬란이 다시 세계적 화제다. 이번엔 좋은 뜻의 명성이 아니라 관람거부 운동 등 구설을 타고 있다. 홍콩과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발원한 보이콧 물결이 갈수록 거세질 참이다. 17일 개봉을 앞둔 한국에서도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보이콧 바통을 넘겨받을 태세다. 영화는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개봉했다. 제작비로 2억달러(약 2357억원)를 들인 디즈니사로선 악재 연발이다.
사태의 도화선은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진압이다. 뮬란의 주연배우 류이페이는 당시 중국 편에서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을 지지하는 글을 올려 비난을 받았다. 홍콩의 시민운동가 조슈아 웡 등이 '보이콧 뮬란'을 제안한 이유다. 일국양제를 무력화하는 '하나의 중국' 노선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발이 반영된 셈이다. 뮬란 제작진이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 인권을 탄압한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서 공안의 협조를 얻어 촬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감은 더 커진 형국이다.
'애니메이션 대 실사판' 같은 할리우드 자본이 낳은 '2란성 쌍둥이'의 초기 운이 왜 이렇게 다를까. 이를 짐작할 단서가 출생 시점이다. 애니메이션 뮬란이 나올 때는 중국이 '빛을 감춘 채 칼을 갈던'(도광양회) 시기였다. 반면 실사판이 나온 지금은 중화 패권 부활이 노골화한 시점이다. 가뜩이나 중국 자본의 할리우드 잠식을 우려하던 미국 여론에 '뮬란'이 기름을 부은 꼴이다. 뉴욕포스트는 얼마 전 "실사판 뮬란이 할리우드가 중국 선전물 공장으로 전락했다는 최신 증거"라고 비판했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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