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년6개월 선고, 10년간 취업제한도 명령
재판부 "엄중한 양형 적용해 사회에 경종" 의지
A씨, 적극적인 합의 노력에도 실형 선고받아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노래주점에서 자신의 손을 뿌리친 여제자를 방으로 유인해 유사강간한 혐의를 받는 60대 국립대 교수가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A교수는 피해자 측과 합의에 적극 노력했지만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성폭력 범죄여도 종전에는 피해자와 합의만 잘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례가 많았다. 성범죄가 줄지 않는 데는 낮은 처벌 수위도 한몫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사회지도층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엄중한 양형을 통해 경종을 울리겠다는 재판부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
17일 제주지법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유사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대학교 교수 A(61)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과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시설에 10년간 취업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국립대 교수의 직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죄질이 나쁘다"면서 재판부에 징역 6년의 중형을 요청한 바 있다.
제주대 교수로 재직 중인 A씨는 지난해 10월30일 제주 시내 노래주점에서 여제자 B씨에게 성적 접촉을 지속해서 시도, 결국 유사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지난 7월에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해 A씨가 술을 마시던 중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도록 강요하고,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노래주점 복도에 설치된 CCTV에는 A씨의 요구를 거절하며 도망가려는 B씨의 모습이 찍혀있다. 이 영상에는 A씨가 2번이나 밖으로 나간 피해자를 다시 안으로 데려가는 장면이 담겼다.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에는 피해자가 200번 이상 "싫어요"를 외치며 성접 접촉을 거부하는 목소리도 들어 있다.
피고인과 변호인 측은 수사과정과 공판초기 심신미약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지만, 결심에 이르러 당시 상황이 술에 취해 기억을 잃는 일명 '블랙아웃'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저녁 식사자리부터 노래주점까지 이어진 음주가 결국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게 만드는 블랙아웃으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피고인 신문과 재판부의 질문에 A씨는 연신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부분부분 기억이 있지만, 범행 사실은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판과정에서 "영상을 보면 (피고인의 행동이) 지극히 정상인처럼 보인다. 비틀거리지도 않는다"면서 범행 사실만 기억하지 못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집중 추궁했다.
영상을 확인하기 전까지 범행 자체를 부인한 피고인의 태도도 지적했다. A씨는 수사과정에서 "추행 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A씨가 장학생 추천과 유학을 권유한 사실도 재판부는 따져물었다. 사적인 합의를 위해 공적 재산인 국립대 교수 직위를 이용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A씨 측은 국립대 교수로서 처음부터 금전적인 합의를 시도하는 듯한 모양새가 좋지 않은 듯해 벌어진 일이라며 "잘못했던 것 같다"고 인정했다.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피고인의 중대한 잘못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피고인은 현재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속죄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직위를 이용한 갑질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와 계획적 범행에 대한 의심은 잘못된 것"이라며 "비록 피해자가 (합의의사를) 번복했지만 당시에는 진정한 용서 의사가 있었을 것이다"고 했다.
CCTV에 정상적인 모습이 찍혀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블랙아웃 상태가 정상적인 의사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순 있지만 기억을 잃는 것이다"며 "재판부가 이러한 제반 사정을 헤아려 집행유예 선고를 내려달라"고 청했다.
재판부는 단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수업을 듣는 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피해자에게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여러 양형 사유를 고려했지만, 결국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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