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여전하다. 20세기 후반 이후 양국은 때론 친밀하게, 때론 극단에서 대립하며 세계 경제를 움직여 왔고 움직이고 있다. 양국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여전한 이유다. 정치체제도, 경제발전 과정도, 문화적 배경과 성향도 서로 다르지만 21세기를 주도해나가는 양국의 관계 변화를 읽으면 세계정세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미국에서 중국 전문가로 알려진 이들의 책이 최근 잇달아 출간되면서 서점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립보다는 전략적인 이해관계에 집중하라 '중국과 협상하기'
중국과 협상하기/헨리 M. 폴슨 주니어/열린책들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이자 인맥으로 움직이는 나라 중국. 어떻게 대해야할지 감도 서지 않는 이 나라를 20년 넘게 상대해온 자타공인 미국 최고의 중국통 헨리 폴슨 주니어.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CEO로 재임한 뒤, 곧장 미국 정부의 74대 재무장관을 지낸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지난 1992년부터 2014년까지 기업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에서 중국을 상대해온 경험을 담아 회고록을 내놨다. 그는 골드만삭스 재직 시절, 중국 국유기업들의 기업공개를 주도하며 중국 경제를 세계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재무장관 시절에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미중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끌었다. 100차례 넘게 중국을 왕래하며 특유의 친화력과 탁월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전·현직 국가주석을 비롯해 현대 중국의 엘리트들과 교류했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폴슨은 중국은 어떻게 그토록 빨리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는지와 중국에서는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중국과 협력·경쟁하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이득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답한다.
폴슨은 "40년 전에는 대다수 미국인이 중국에 땡전 한푼이라도 빚을 질 날이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채권자가 됐으며 미국 정부는 중국에 1조3000억달러에 가까운 부채를 안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번영이 결국 미국과 세계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답한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경제 강국이 상호 보완적으로 움직일 경우 국제사회에서 직면한 대부분의 중대한 문제들을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 입장에서도 백묘든 흑묘든 상관없다. 폴슨은 체제와 이념은 테이블 옆으로 치우고 '공동의 전략적 이해관계'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재차 말한다.
■美中이 섞여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답을 찾다 '트랜스퍼시픽 실험'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인 1849년부터 떼려야 뗄 수 없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금광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중국인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상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저임금에도 일을 잘한다는 평판을 얻게 되면서 이들은 아일랜드계 백인 이민자들과 갈등하기 시작한다. 중국인들이 백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적개심은 나날이 커졌고 선동적인 정치가들은 이를 이용했다. 시간이 흘러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 된 서부는 수많은 중국인 유학생들과 IT 개발자들이 넘쳐나는 지역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태생으로 중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며 양국을 오간 경험이 있는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민간 관계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이 자신의 고향임을 깨닫고 이를 관찰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다양한 민간 교류 실험이 일어났다고 설명하고 이를 '트랜스 퍼시픽 실험'으로 명명했다. 중국 학생이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문의 지평을 넓히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중국 투자자를 찾고, 캘리포니아의 시장들이 중국으로부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중국의 성장(省長)이 캘리포니아의 탄소시장을 연구하는 일 등은 모두 이 실험의 생생한 모습이다.
저자는 이 '트랜스 퍼시픽 실험'의 결과가 양국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국제 체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양국 간의 상호작용으로 수많은 기회, 즉 투자, 일자리, 대학 재정 충족, 문화적 결합 등이 새롭게 생겨났지만 접촉이 늘어날수록 서로의 차이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고, 국가 간의 지정학적 문제가 개인적 사안으로 비화되는 모습도 빈번하게 일어남을 지적한다. 저자는 세계를 선도해온 미국의 위상이 점차 퇴색해가는 상황에서 짧은 기간 급속한 발전을 이룬 신흥강국 중국의 상황이 교차되면서 양국은 피할 수 없는 경쟁 상태에 놓였다고 말한다.
불편하지만 미국은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결국 함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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