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코로나19 백신의 절반 이상을 이미 매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백신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백신 배분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N에 따르면 국제 빈곤퇴치 비영리 단체인 옥스팜은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주요 백신 제조사와 각국 정부의 거래 내역을 분석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옥스팜은 "백신 공급 53억 회분이 이미 계약이 완료됐다"며 "이 중 27억 회분인 51%는 유럽연합(EU)과 영국, 미국, 호주, 홍콩, 마카오, 일본, 스위스, 이스라엘 등 선진국이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인구의 13%밖에 안 되지만 백신의 예상 공급량의 51%를 사들였다"고 비판했다.
나머지 26억 회분은 인도와 방글라데시,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이 샀거나 이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예상 공급량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러시아의 가말리야 연구소,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중국의 시노백 등 5곳에서 총 59억회분이 생산될 전망이다. 서방 제조사들은 코로나19 백신을 1인당 2회씩 맞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급량은 결과적으로 약 30억명이 접종받을 분량에 해당한다. 세계 최대 백신 위탁제조업체인 인도 세럼연구소의 아다르 푸나왈라 최고경영자(CEO) 지난달 14일 인터뷰에서 제약사들 대부분 생산 설비가 부족하다며 전 세계인이 백신을 접종받으려면 150억회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세계 규모의 접종이 완료되려면 4~5년은 걸린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의 로버트 실버먼은 "생명을 구하는 백신에 대한 접근성이 어디에 사는지, 돈이 얼마나 많은지에 달려서는 안 된다"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과 승인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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