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요리의 매력은 빠른 피드백… 손님 표정만 봐도 안다" [Weekend 호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8 04:00

수정 2020.09.18 04:00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에서 26년
일식 대가 한석원 셰프
7년간 일본 유학후 입사해 한우물
"일식 요리사는 완벽주의 추구"
지금도 크고 작은 식당 다니며 공부
한해 선보이는 신메뉴만 120개
맛있는것 먹을때 저마다의 소리 내
그걸 듣는 순간이 가장 행복"
스시조 한석원 셰프
스시조 한석원 셰프
한석원 셰프의 초밥
한석원 셰프의 초밥
26년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스시조의 '터줏대감' 한석원 셰프. 그는 지난 1994년 스시조 리뉴얼 오픈 당시 입사한 후 26년 간 스시조가 국내 최고의 일식 레스토랑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스시조를 총괄하며 국내 최고의 일식 셰프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지만 그가 처음부터 셰프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한 셰프는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학생이었다. 그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1988년 88올림픽이 끝난 직후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유명 패션 학교였던 문화복장학원 입학이 실패한 후 아르바이트를 하던 레스토랑 사장이 요리를 권유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한 셰프는 "일본에서 처음 배운 요리는 동남아시아, 인도 요리였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코코넛 밀크나 고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내 입맛에는 정말 잘 맞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반응을 통해 금방 피드백을 받는 요리 라는 일 자체가 너무 좋았다. 그는 "옷만 해도 고객의 피드백을 바로 받기엔 힘들지 않느냐"며 "그런데 요리는 손님의 표정이나 말을 통해서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온다.
손님이 맛있게 내 요리를 먹을 때 희열을 느꼈고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회고했다.

이후 한 셰프는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신주쿠에 있는 오다조리전문학교에 입학해 일식을 비롯한 모든 요리를 섭렵하게 됐다. 1994년 마침내 한국으로 돌아온 한 셰프는 고향인 부산의 웨스틴조선호텔에 지원을 했지만 스시조 리뉴얼 오픈을 앞두고 있던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로 발령받으며 스시조와의 26년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26년간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젊은 친구들에게 정말 충고하고 싶은 말이 무조건 하고 싶은 걸 하라는 거다. 내가 재밌지 않았으면, 행복하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요리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일본 국민성과 닮아 있는 일식은 더욱 그렇다. 한 셰프는 "최근 셰프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보상이나 사회적 위치 보다는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인지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 시즌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 셰프는 3개월에 한 번씩 메뉴를 교체하는데 1년에 새롭게 선보이는 메뉴만 120개에 달한다. 이때문에 쉬는 날에도 규모와 스타일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레스토랑을 돌아다닌다. 일본은 매년 7번 이상 방문한다. 한 셰프는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못가고 있지만 일본에 가면 일식 레스토랑만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식이나 다른 메뉴를 먹으러 많이 간다. 양식 같은 경우 플레이팅이 화려해 배울 점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레스토랑을 가보는 편인데 여러 군데를 다니다 보면 아무리 작은 식당이라도 배울 점이 있다"며 "호텔 안에 있는 레스토랑의 경우 오히려 트렌드에 민감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는 개인 레스토랑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이 처음 발간됐을 때 자타공인 국내 최고 일식레스토랑인 스시조가 '스타'를 받지 못하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미쉐린 가이드 자체가 외국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등급인 만큼 이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 셰프는 "서울판이다 보니 아무래도 일식이나 중식당은 받기가 힘든 구조이고 일본에서도 보면 호텔 내에 있는 규모가 큰 레스토랑은 받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올들어 확산된 코로나19는 레스토랑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무엇보다 일본 셰프들과의 교류 기회가 사라진 점을 안타까워했다.
한 셰프는 "물론 셰프들이 오가면 일이 많아지긴 하지만 서로 배우는 점이 정말 많다"며 "그간 조선호텔은 셰프들의 연수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는데 이같은 투자가 최고의 일식 레스토랑으로 자리잡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해외 셰프들의 방한이 사라진 만큼 그는 또다른 미식 이벤트 준비에 분주하다.
그렇지만 "고객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그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소리를 낸다"며 "그 소리를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천생 셰프였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