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소재강국은 이제 시작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7 18:05

수정 2020.09.17 18:13

[특별기고] 소재강국은 이제 시작이다
2016년 세기의 대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일명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대결 전 여러 전문가들이 바둑만이 가진 수리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세력'과 '두터움' 등의 개념을 언급하며 이세돌의 우세를 점쳤지만 결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이런 수 싸움이 두텁고 견고한 결과를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실화를 다룬 영화 '머니볼'이다. 빌리 빈 단장은 가난한 팀의 재정능력을 고려해 겉으로 보이는 타율, 홈런, 도루 등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출루율과 장타율을 우선순위에 두는 데이터 야구를 추구했다.
그 결과 2002년 8월 13일부터 9월 4일까지 20연승을 거두는 미국 프로야구 140년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거뒀다. 남들이 좇아가는 수치를 떠나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함으로써 자기만의 데이터를 객관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재료연구소의 독립법인화 내용을 담은 법률개정안이 지난 4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20일 재료연구소는 '한국재료연구원'으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그동안 재료연구소는 소재·부품·장비와 가장 관련이 깊은 기관 중 하나로,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소재분야의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뿐만 아니라 원자력 건설의 시공에서 준공까지 전 단계에 걸친 공인검사는 물론 국내외 풍력블레이드 시험,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를 통한 국가나노정책 수립 지원 등 다방면에서 소재기술 개발과 확산을 위한 활동을 지속 중이다. 정부가 지정하는 국가연구실(N-Lab)과 국가연구협의체(N-Team)에도 4개의 연구실과 1개의 협의체가 지정되는 등 정부의 정책 방향에도 신속히 대응하고 있는 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고 있는 모습이라 하겠다.

재료연구소의 이런 방향은 정부가 소부장 정책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기민함'과 '유연성'이라는 판단하에 이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은 물론 현재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는 중소·중견기업과의 연계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이에 재료연구소는 '한국재료연구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소재개발 기간 단축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연구데이터 수집·공유·활용 플랫폼 구축 그리고 AI를 이용한 신소재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출범한 과기부의 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와 산업부의 소부장 융합혁신지원단도 이 과정의 일환이다. 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는 핵심전략 품목 기술자립을 통한 현재 공급망 안정과 미래선도 품목 선제 발굴을 통한 미래공급망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소부장 융합혁신지원단 또한 소재·부품·장비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시행에 맞춰 관련 기업에 대한 기술지원, 장비활용 등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오클랜드의 20연승은 편향적 수치를 벗어나 객관적 데이터에 치중한 '머니볼 이론'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재료연구원이 나아갈 방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소재·부품·장비의 완전한 독립은 꾸준한 연구와 다각도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소재기술 인프라 데이터를 통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축된 DB는 언젠가 결정적 순간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재료연구원의 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정환 재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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