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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인국공 사태 2R, 비정규직 정책이 낳은 비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7 18:05

수정 2020.09.17 18:13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구본환 사장(60) 해임을 건의했다. 구 사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설사 공운위에서 해임을 의결해도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다.

구 사장은 국토부에서 잔뼈가 굵은 교통관료 출신이다.
직전에 항공정책실장을 지냈다. 그런 사람이 친정을 상대로 대놓고 반발했다. 그 모습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오죽하면 구 사장이 이렇게 나올까 싶다. 인국공은 올여름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을 대거 직고용하는 과정에서 공정 논란을 빚었다. 멀쩡히 잘 다니던 사람 수십명이 공개채용에서 탈락하는 일도 있었다.

인국공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정규직 노조는 3일 국토부를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넣었다. 보수 성향의 한 교수단체는 구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배임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다. 인국공 사태는 몇 달째 정부·여당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다. 그래서 만만한 구 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사실이라면 이는 잘못된 해법이다. 정책이 잘못됐는데 애꿎은 아랫사람한테 책임을 묻는 격이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물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정책 오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부동산, 비정규직 정책이 죄다 시장원리와 충돌한다. 그러니 현장에서 삐걱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먼저 정책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부터 살피는 게 순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코로나 사태의 한복판에 있다. 북적이던 공항은 인적이 끊겼다. 그 통에 올해 17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공기업, 국제공항 평가에서 우수상을 휩쓸던 기업이 정치에 휩싸여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그게 다 비정규직을 억지로 정규직으로 바꾸는 정책에서 비롯됐다.
구 사장을 바꿀 게 아니라 정책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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